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은 9일 코로나 확진·격리자에 대한 대선 투표권과 관련해 “제도 개선 없이도 현행 방식으로 해도 투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후 6∼9시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리됐냐’는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대선 당일 오후 6∼9시 확진자 별도투표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심의에 나섰지만, 선관위는 다른 안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선관위가 마련한 확진자 참정권 보장안은 각각 본투표(3월 9일)와 사전투표 종료일(3월 5일) 오후 6시 이후 확진자가 현장 투표를 하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투표 종료 이전 투표소에 미리 도착해 별도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반인 투표가 종료하면 바로 이어서 투표를 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투표소에 종료 시각 이전에 도착해 대기하면 종료 이후에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예외 조항’이 현행법에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고, 방역을 위해 확진자의 동선만 따로 관리하면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굳이 하지 않아도 확진자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재보선도 치렀다고 한다. 당시 재보선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자가격리자 5443명 가운데 79.0%에 해당하는 4298명이 오후 8시(재보선의 공식 투표 종료 시각) 이후 임시 외출을 통해 지정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폭증했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난 재보선 때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확진자의 투표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격리 기간 7일과 공백 기간에 생기는 확진자를 최대 100만명까지 추정해서 실무적으로 계산해서 방역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했다.
그러면서 “(확진자나 격리자가) 오후 6시 이전에 도착하게끔 외출 허가를 받게 하고,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예상해 대기할 때 동선도 구분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 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100만명 확진자일 경우에 서울이 20만명 정도 된다. 서울 투표소별로 평균을 내면 (투표소당) 20명 남짓”이라며 “많은 곳은 40명까지 (투표)할 경우에도 방역 당국과 협의해 대기 장소, 동선을 분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명이라는 최대치 (확진자가) 1만4400개 투표소에 분산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처럼 투표소마다 사정은 (위험하고)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확진자에게도 사전투표를 허용할 경우를 가정해 “분산 효과도 있고 해서 저희가 분석하는 게 수치적으로는 거의 맞을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저희는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해왔다”고 했다.
김 총장은 ‘드라이브스루 등 전향적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의 지적에는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김 총장은 “몇 개 나라가 (드라이브스루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는 여러 법 조항을 같이 맞물려서 개정해야 하는 한계성이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은 선관위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가치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선관위의 이번 방안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종합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의힘 차승훈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번호표를 받은 대기자는 투표 종료 이후에도 투표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확진자 투표 방안에 적용해선 안 된다”면서 “예외 조항을 본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 재검표 신청과 무효표 소송 등 큰 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그 예외 조항은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투표 마감 시각 전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도 투표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이를 확진자의 참정권 보장 목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법의 원래 취지와 맞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