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10일 여야 대선후보들을 향해 “모조리 최악 중에 최악이니 차악조차 없는 선거라고 한다”며 “어차피 양당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텐데 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후보들은 ‘나는 역대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다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책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판 기념회에서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은 하나같이 탐욕 때문에 쓰러졌다. 후보일 때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나누겠다’고 했지만 하나같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는 가족과 이념집단이, 누군가는 일부 측근이 문고리 행세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그동안 모든 대선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은 다르다”며 “모조리 최악 중에 최악이니 차악조차 없는 선거라고 한다. 극악이 아닌 최악을 뽑으면 안 되냐는 항간에 씁쓸한 조크도 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선 “한쪽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폭주할 것이 명백하다”며 “나라를 더욱 둘로 갈라놓고 야당은 존재 의미조차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다른 한쪽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임기 초반 2년 정도를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란 것이다.
그는 “탄핵 당한 대통령이 또 한 번 나와야 탐욕스러운 정치구조를 바꿀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한 현실”이라며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전리품으로 여기기 때문에 연합정부가 불가능하고,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며,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에 확고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를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며 “누가 당선증을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탐욕 없고 정직한 사람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저도 제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