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기차 안에서 구두를 신은 채 좌석에 발을 올린 사진으로 여권의 공격을 받자, 국민의힘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식당에서 흡연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거’ 사진으로 반격했다. 지지자들도 팔을 걷어 부쳤다. 상대 후보의 과거 기사들을 뒤지며 공격 거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열차 의자 위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려 놓은 모습/김웅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이상일 상근보좌역 페이스북

◇ 민주당, 尹 ‘쭉뻗’ 비난→국민의힘, 李 흡연 사진으로 맞불

시작은 윤 후보의 이른바 ‘쭉뻗’ 논란이다. 윤 후보 측 이상일 상근보좌역은 13일 열차 맞은편 좌석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린 윤 후보의 사진을 자기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보좌역은 ‘비매너’ 논란이 일자 사진을 삭제했지만, 곧바로 사진을 겨냥한 여당의 포화가 쏟아졌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누가 볼까 부끄럽다”고, 이재명 선대위의 황희두 디지털 대변인은 “윤 후보는 열차가 자기 집 안방인 줄 아나 보다. 그것도 신발 신고 저런 민폐를”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공공이 이용하는 좌석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시민의식도, 공중도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옆으로 쩍벌을 못하니 앞으로 쭉뻗이냐. 노매너와 몰상식에 매번 경악한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가벼운 다리 경련으로 참모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다리를 올렸다”며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으나 민주당 인사들의 공격은 계속됐다.

14일 오후에는 국민의힘이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가 과거 음식점 안에서 흡연을 했던 사진을 공유하며 ‘비매너’ 공격으로 받아친 것이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고깃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진을 올린 뒤 “여기(이 후보)는 옆에서 하지 말라고 해도 (흡연을) 한 거”라며 “(윤 후보에게)공중도덕 결여다, 국제적 망신이다라고 급발진하신 그분(여권 인사)들의 반응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무엇을 하든 백배로 갚아준다’, ‘누가 볼까 부끄럽네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라는 해시태그까지 달았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도 해당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이 후보의 공중도덕 대참사”라며 “소년공 시절 넘치게 사랑해주던 어머니 때문에 술, 담배 안 했다고 하는 이재명. 근데 지금은 피나. 이 사진은 뭔가”라고 비꼬았다.

이 사진은 2014년 당시 식사 자리 참석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은 2014년 실내 금연 계도 기간으로, 실정법 위반 상황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 “尹, 검사 시절 구두주 돌려”vs”李, 구두에 소주 부어 후배 줘”

이날 지지자들도 전장에 뛰어들었다. 양측 지지자들이 모두 상대 후보를 흠집낼만한 기삿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먼저 이 후보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과거 검사 시절 구두에 술을 부어 다른 이에게 먹였다는, 이른바 ‘구두주(酒)’ 공세에 나섰다. 근거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과거 쓴 페이스북 글이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황 의원은 작년 8월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검사시절, 아버지뻘 기업회장에게 구두 속에 양주를 부어서 마시게 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됐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도 같은 달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를 혼동해 역사 인식 논란에 휩싸이자 “윤 후보의 무지의 가면이 벗겨질 때마다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며 “구두를 술잔 삼아 양말까지 넣은 구두주를 돌렸다는 해괴망측한 검찰 내부의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4일 오후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윤 후보 지지자들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수시간만에 ‘이 후보도 후배에게 구두주를 줬다’는 옛 기사를 찾아낸 것이다.

이 후보의 중앙대 법대 후배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2018년 뉴스엔뷰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시절 기억할만 일에 대해 묻자 “법과대학 학생회장으로 학생회를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학과 MT 때 학과 선배인 이재명 시장이 신고 있던 구두에 소주를 한 병 다 따라주면서 원샷을 시켰던 아찔하면서도 정겨웠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양 후보 측에 대한 ‘깎아내리기’ 경쟁이 격화되자, 양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서로에 대한 공격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다”, “이제 그만해라”, “비호감 대결이냐”, “지지자들에게 상처만 남을 듯”, ‘후보 이미지만 안 좋아질 것 같다”며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