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강원도 춘천 옥천동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투 글러브를 착용하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28일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면서 “사전 투표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강원 동해시 선거 유세에서 “정부가 선거날(3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온다고 발표해 여러분의 당일(본투표일)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 후보는 “재작년 4·15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걸로 아는데, 저희 국민의힘에서 이번에 공명선거감시단을 발족해서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도 3월 4~5일 실시되는 사전 투표 때 투표할 계획이다.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지지층 일각에서 사전 투표를 꺼리는 움직임이 일자 투표 독려에 나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경북 포항 유세 때 “부정선거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본선거) 당일 투표만 하겠다는데 그러다 보면 투표를 못 할 수 있다”며 “걱정 말고 사전 투표해달라, 저도 사전 투표 첫날(3월 4일) 투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도 이날 회의 때 ‘윤석열도 사전 투표 하겠습니다’를 백드롭(현수막 배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전 투표 이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본투표날 투표가 여의치 않을 수 있어 사전 투표를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사전 투표 독려에 나선 것은 지지층 사이에서 사전 투표 의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KBS·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자 45.6%, 국민의힘 지지자 19.5%가 사전 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져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전 투표에 대한 불신이 만만치 않고 여당이 압승하면서 낙선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도 사전 투표 독려에 미온적이어서 독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후보도 최근 후보 직속으로 공명선거·안심투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전 투표 독려에 나섰다. 이 위원회는 최근 배포한 홍보물에 “사전 투표를 포기하면 투표 기회는 단 하루뿐이다. 본투표 당일 코로나19 확진, 격리 등 응급 상황 땐 우리 진영의 투표율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사전 투표함 보관소에 CCTV를 새로 설치하는 등 부정선거 우려를 불식할 여러 대책을 세워놨다”며 “지지자들에게 이런 점을 알리며 사전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전 투표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윤 후보 주력 지지층인 2030세대와 60대 이상 유권자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2~23일 실시된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층 비율은 18~29세(20대)가 60.8%로 가장 낮았다. 나머지 연령층은 모두 80%를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 20대 투표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코로나 감염 위험에 취약하다 보니, 본투표일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경우 투표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중앙과 지방정부를 장악한 여권이 ‘조직 선거’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여권의 조직력에 맞서기 위해선 야권 지지층의 사전 투표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사전 투표율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어느 쪽에 유리할지를 두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종전까지는 사전 투표는 젊은 층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2030세대가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 여파로 정부·여당에 반감을 보이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여 성향으로 돌아서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