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9일 앞둔 28일 대구·경북에 모두 모였다. 이 후보가 이 지역 유세에 나선 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같은 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각각 “오래전부터 계획한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에선 “현직 대통령이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해 뛰는 것” “관권선거를 당장 그만두라”고 반발했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열세인 지역이지만 민주당은 이곳에서 20% 이상 득표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육군3사관학교 졸업·임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영천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3사관학교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는 전북 군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직전 이런 외부 일정을 가졌던 건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육군, 해군, 공군, 간호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며 “매년 1곳은 참석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구에서 열린 2·28 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대구·경북 시민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신이자 뿌리”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대구·포항·경주·구미·안동·영주 등 6곳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선거 막판 ‘문재인 정권 시즌 2′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마저 이재명 후보의 선거 운동원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최근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호남행`으로 호남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 두려워 이렇게 대통령, 총리가 줄줄이 대구·경북으로 향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 침공 예측 못하고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재명 후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고 한 데 이어 현직 장관이 우크라 대통령을 또 조롱한 것이다. 박 장관은 “아무 뜻 없이 올린 것”이라고 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박 장관 경질 요구가 올라왔다.
청와대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여당 대통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임기 내내 논란이 돼왔던 탈원전 기조를 갑자기 뒤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재가동을 지시했다. 탈원전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온 이 후보를 지원하려고 핵심 정책까지 포기하는 것이냐는 해석이 나왔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2조8000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해 누적 적립금이 20조2000억원을 넘었다”며 “건보 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 비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호남에 이어 이번 주에는 영남을 방문하는 등 대선 직전 이례적으로 외부 일정을 자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28일 육군3사관학교 임관식 행사에서는 “어떠한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한국형 아이언 돔과 미사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해가고 있다”며 야권이 펼치는 안보 불안 공세를 정면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날 공개한 6분 분량의 ‘특별 동영상’에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성공 장면을 담았다. 윤석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를 주장하자, 이재명 후보가 L-SAM으로도 충분하다고 한 것을 뒷받침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야당서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적폐청산’ 언급한 이후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모든 심판들이 플레이어를 하겠다고 모여드는 민주당 정부는 불법 선거개입과 관권선거에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