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일 새벽 야권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지난달 27일 윤 후보가 단일화 협상 경과를 공개해 사실상 협상이 결렬됐다는 분석이 나온 지 사흘만에 두 사람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된 것이다. 이날 새벽 회동에서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국정 운영과 관련해 수차례 질문했고 이에 윤 후보가 “나를 믿어달라”는 취지로 설득하면서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이날 12시30분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3일 극적 단일화에 이른 데는 이날 새벽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매형 집에서 진행된 ‘심야 회동’이 결정적었다. 지난 주말 단일화 결렬 이후 2일 다시 물밑 접촉을 재개한 결과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의 춘천 유세 때 ‘안 후보가 마음이 바뀐 것 같으니 지금 안 후보에게 만나자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됐고, 지난 1일 국민의당 내부 회의에서도 단일화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단일화 결렬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던 윤 후보 측 장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일 통화에서 ‘역사에 죄를 짓지 말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고 오후 9시쯤 만나 사전 협의를 거치며 두 후보 간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밤 TV토론을 마친 윤·안 후보는 회동 계획을 전달받은 뒤 3일 새벽부터 장 의원·이 본부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장 의원 매형 자택에서 모여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카이스트 교수인 장 의원의 매형은 과거 안 후보가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서로 알고 지낸 사이로, 안 후보의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양 후보는 회동을 시작하기 전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네 캔으로 건배를 했다고 한다.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시죠”라고 제안했다.
이날 회동 때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향후 집권시 국정 운영 등과 관련해 수차례 질문했고, 이에 윤 후보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안 후보는 “그동안 정치하면서 만든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윤 후보는 “맞다. 종이쪼가리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라, 나도 안 후보를 믿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지 않느냐. 날 대통령을 만들어서 성공시켜라. 성공한 정권을 함께 만드는 게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 아니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또 “성공한 정부는 어떻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하느냐. 내가 돕더라도 윤 후보가 주체 아니냐”라고 물었다. 공동정부를 약속하는 윤 후보 측의 약속과 달리 결국 집권시엔 안 후보의 구상이 배제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었다. 이에 윤 후보는 “나의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것이다. 그 결정은 혼자 하지 않는다. 의논해서 빨리 결정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또 윤 후보는 “사람을 널리 쓰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방안에 대해서도 질문했고, 이에 윤 후보는 “나에게 맡겨 달라. 이준석 대표도 동의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2일 오후 이 대표에게 전화해 양당 합당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안 후보는 결국 양측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국정 전반 운영 구상에 대해 윤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고, 윤 후보는 가치 연대를 내세우며 함께 한다는 취지로 설득해 결국 양 후보가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