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밝힌 정국 운영 구상의 핵심은 ‘협치’와 ‘통합’으로 요약된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에서 역대 둘째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윤 당선인으로선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은 1963년 제5대 대선으로 당시 박정희 당선인과 윤보선 후보 간 표 차이는 15만6000여 표에 불과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여소야대 국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히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윤 당선인은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라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어느 당이 대통령 행정부를 맡게 되면 다른 당이 의회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런 여소야대 상황을 통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돼 갈 수 있는 기회”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일하러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는 믿는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중도·온건파 의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10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이 앞으로 인사청문회와 입법 과제 등을 해나가려면 180석이 넘는 범야(汎野)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도 수시로 “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합리적이고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해왔다. 윤 당선인은 다만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겠다”며 일부 세력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윤 당선인은 이날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며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현 정부는 불리한 일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본인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며 통합에도 방점을 뒀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며 “국민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또 “국민 통합과 지역감정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은 모든 지역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에 따르겠다”며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진보와 보수,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밝힌 ‘국민 통합 정부’를 중심에 두고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단일화 과정에서 공언한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통합’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총리와 내각 구성 등 각종 인선에서 중도 성향의 전문가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인사는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인사들까지 포함해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했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수평적이면서 유기적인 당·청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정부를 인수하면 윤석열의 행정부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여당의 정부가 된다”며 “대통령이 되면 당의 사무와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당·정이 긴밀히 협의해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피드백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윤 당선인은 평소 ‘집권당이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는 수직적 당·청 관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0선 대통령’으로 여의도 경험이 부족한 윤 당선인이 측근 그룹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정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