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학 전 서울시의회사무처장. /국민의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대변인으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비판에 논평으로 맞서 싸웠던 인사가 국민의힘에 입당, 오는 6월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창학 전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이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서울 중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우리 당을 향해 날을 세우던 인사가 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예비후보는 행정고시(31회)와 외무고시(24회)에 합격했고, 서울시에서 30년간 근무했다. 서울시 재직 중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문화체육관광본부장, 교육협력국장, 행정국장, 서울시 대변인, 기후에너지담당관, 평가담당관, 국무총리 비서관 등을 거쳤다.

논란의 이력은 대변인 시절이다. 이 예비후보는 박원순 시장 시절이던 2013년 1월~2014년 7월 대변인을 지냈다.

이 시기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예비후보는 서울시 보육 예산 과소 편성, 민노총 지원 등의 사안을 놓고 새누리당의 비판 논평에 대한 ‘맞불 논평’을 냈다. 그는 “시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 재정 분담 방안을 진지하게 찾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논평은 사안을 정치쟁점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또 서울시가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민노총 지원 예산 15억원을 편성해 새누리당이 비판했을 때에도 이 예비후보는 “유독 서울시 예산 집행에 대해서만 선심성 예산, 좌편향 운운하는 것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잃은 시각을 보인 것”이라고 했다.

이 예비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이 박 시장의 영향력을 제압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가 나오자, 이 예비후보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70년대식 정치사찰, 공작정치가 부활한 것”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변인이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예비후보의 당시 논평을 보면 우리 당 입당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공직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예비후보는 “대변인으로서 시정과 관련해 정확하지 않은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바로잡았을 뿐이며, 그건 저의 책무였다”며 “그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면서 “박 시장에게 잘보이려했으면, 언론사 카메라 앞에도 여러차례 서고 개인 명의 논평도 많이 냈을 텐데 저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또 “2016년 무렵부터는 박 시장의 시정 활동에 저 개인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부러 핵심 보직을 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