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 윤 대통령이 총선 관련 메시지를 직접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생중계로 진행되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정 쇄신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와의 협력 방침 등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별도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는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 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첫 주례회동을 갖고 “국정의 우선순위는 민생 또 민생”이라며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해 달라”고 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내각 교체기에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무원들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총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에도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국정 쇄신’과 함께 ‘민생 안정’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민생을 고리로 당정 관계나 야당과의 협조 체제, 인선 등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집권 5년 내내 거야(巨野)를 상대로 국정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언급할 야당과의 협치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모두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번도 야당 대표의 양자 회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5월 본회의에서 현 정권을 겨누는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처리 방침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치는 여러 변수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를 비롯해 이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향후 인선 방침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후임 총리 후보로 국민의힘 권영세·주호영 의원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정현 전 의원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 후보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력한 가운데 정진석 의원 등이 거론된다. 권영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낭설이라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은 후임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불변의 불통 의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이 과연 총선 민의를 수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별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과 국무회의 메시지 등 총선 수습책을 고심해 왔다. 사후 공개된 일정도 지난 14일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 정도였다. 당초에는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과 같은 방식을 통해 총선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국무회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 발언이 담화 등을 사실상 대체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2022년 8월 17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했었다. 지난 1일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때도 별도 질의응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