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5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홍준표 경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 데이에서 서로를 1:1 맞수 토론 상대로 선택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한동훈(왼쪽), 홍준표 경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 데이에서 서로를 1:1 맞수 토론 상대로 선택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홍준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1대1 맞수 토론회’에서 이같이 맞붙었다. 전날 열렸던 1대1 맞수 토론회에선 김문수·한동훈 후보, 안철수·김문수 후보가 각각 토론했었다.

◇김건희 특검법 두고 공방

홍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전 질문으로 한 후보를 향해 “한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면서 용산(대통령실)을 협박했다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혀 사실이 아닌 얘기를 질문하시니까 길게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한 후보는 “저는 김 여사 문제에 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공격을 받았다”며 “홍 후보 같은 분은 대통령 편 들면서 제(한동훈)가 잘못한 것이라는 얘기를 계속 해왔다”고 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 하면서 대통령 기분을 맞췄던 사람들이 계엄에 책임이 있다”며 “저는 계엄을 막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까지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수차례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법의 위헌·위법적인 일부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쳤지만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이를 부결시켰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이탈표가 꾸준히 늘어왔다. 이에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윤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졌던 한 후보가 친한계 의원 등을 통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게 홍 후보 질문의 취지다.

◇‘깐족대다’ 표현두고 언쟁도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계엄 선포 당일 당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었겠나’라는 질문에 “제가 당대표였으면 계엄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탄핵이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을 해야 한다. 사사건건 깐족 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깐족대다’라는 표현에 반발했다. 한 후보는 “(저에게 하는 것 말고도) 일상 생활에서 다른 주변인들에게 ‘깐족대다’라는 말을 쓰시나”라고 묻자 홍 후보는 “쓴다”고 했다. 한 후보는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그런 표현은 (상대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오늘 깐족대는 것에만 하고 다음부터는 안 쓰겠다”고 했다.

◇이재명 법카 의혹, 특활비 논란으로 치고받아

한동훈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작년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꼭 이런 것까지 기소해야 옳았나’라고 쓴 페이스북 글을 지적했다. 한 후보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문제점이 있고 잘못된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어떤 취지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홍 후보는 “한 후보가 당시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검사 200명을 동원해도 이재명 후보를 못 잡았다”며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대장동 사건 등을 하다가 안 되니까 지자체장이 차 타고 다니면서 기름값 쓰고 이런 걸로 기소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했다. 이어 “왜 큰 것(범죄)을 놔두고 사소한 걸 기소해서 정치적 논쟁 거리를 만드냐는 의미였다”며 “(한 후보가 검사 시절) 그런 식으로 탈탈 먼지떨이 수사를 하니까 사람들이 억울하게 감옥 가고 자살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도 홍 후보가 과거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특수활동비 사용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던 것을 언급하며 “그런 것 때문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한동훈 ‘당원 게시판 논란’ 공방

홍준표 후보는 한동훈 후보 가족이 지난해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도 했다. 홍 후보는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원색 비난하는 글이 게재됐다. 한 후보 가족이 했나”고 묻자 한 후보는 “계엄(논란)에는 도망다니면서 게시판에는 진심인 것 보니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는 “아직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성역이라고 생각하는가. 익명의 당원 게시판에서 대통령 부부와 당대표를 비판하면 안되는가”라고 했다.

홍 후보가 “그렇게 해서 빠져나가지 말고, 그 비난 글을 쓴 게 한 후보 가족인가 아닌가.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보라”고 거듭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당원들이 익명으로 보장돼서 게시판에 쓴 글에 대해선 (글쓴이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말 안하는 것 보니 가족 맞는가 보다”라고 했고, 한 후보는 “마음대로 생각하십쇼”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26일 4자 토론을 거쳐 29일 2차 경선(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에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2차 경선 결과는 29일 오후 2시 발표되는 2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1·2위 득표자가 30일 양자 토론을 거쳐 내달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3차 결선 투표로 최종 후보를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