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뒤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뒤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밝혔다.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후보 단일화 등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홍준표 후보도 이날 “한 대행과 ‘원샷 경선’을 통해서 보수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안철수 후보 또한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했다. 한 대행이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 4명 모두가 단일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그래픽=송윤혜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행과 저는 계엄 상황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기득권을 지키는 것보다 국민의 승리가 우선”이라며 “이제 저는 우리 당의 치열한 경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일대일 후보 토론에서도 한 대행과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저는 한 대행과 개인적으로 잘 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라며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뭐든 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도 전날 한 대행과 단일화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반(反)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도 빅텐트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도 “더 이상 보수 후보 난립 없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 구도로 대선을 치르겠다”면서 한 대행과 ‘원샷 경선’으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홍준표 후보는 그동안 “이재명 후보를 이기려면 빅텐트가 필요하다”면서도,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 대행과 단일화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김문수 후보도 이날 토론회에서 “한덕수든 ‘김덕수(김문수+한덕수)’든 합쳐서 무조건 이재명 후보를 이겨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 후보가 두 명 나와도 상관없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김 후보는 “저는 한 대행을 잘 알아서 그분이 무리한 얘기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김문수의 빅텐트가 진짜 빅텐트”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한 대행은 부디 출마의 강을 건너지 마시라. 지금 우리가 건너야 할 강은 탄핵의 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저녁에는 “한 대행이 부득이 출마하신다면 빅텐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진전된 입장을 냈다. 안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25일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안 후보와 대담 소식을 알리면서 “빅텐트니 뭐니 하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공학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공학(工學)의 고민으로 대선 판이 재편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한 대행과 단일화 추진 의사를 언급하고 나온 것은 29일 2차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층 표를 결집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는 2차 경선은 당원 투표 50%와 국민(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대행과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흐름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83%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 응답자 65%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원·국민들의 요구가 ‘모두 안고 가라’는 것이어서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것도 이런 지지층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행이 출마를 결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국민의힘이 움직여 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