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여의도연구원 연속토론회,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 정상인가?'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24일 당 정강 정책 방송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깊이 뉘우치고 있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윤 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그렇게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가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은 우리 정치가 썩어 고름이 터진 결과”라고 했다.

이날 연설은 KBS에서 TV와 라디오로 녹화 중계됐다. 윤 원장이 당의 노선과 정책 기조를 국민에게 알리는 법정 연설에 국민의힘 대표로 나와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 정면으로 사과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탄핵으로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국민의힘 차원의 뜻이 반영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원장 연설 내용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전에 상의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원장 연설 방송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도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계엄의 늪과 탄핵의 강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는 “계엄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집권을 저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친윤계 일부 인사는 “당이 윤 전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버려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고 반(反)이재명 빅텐트로 가기 위한 진통 과정을 국민의힘이 극복할 수 있느냐가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명 전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후보 단일화 등의 빅텐트 구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