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30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 세대에서 보수 지지세가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각 캠프는 이들이 익숙한 소셜미디어, 숏폼(쇼츠·짧은 동영상),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서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제2차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후보./국회사진기자단

가장 적극적인 것은 한동훈 후보다. 한 후보는 주로 유세를 하면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라방(라이브 방송)’을 활용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한 후보가 봉지 과자를 뜯어 먹으며 검찰에서 재직하던 시절의 얘기나 영화·음악과 같은 소소한 취향까지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경북 경주 유세를 마치고 귀성하던 차량 안에서 11시간 만에 후원금 법정한도(29억4000만원)가 모두 모금됐다는 소식에 한 후보가 눈물을 비치는 장면도 라방으로 송출됐다. 한 후보는 “허투루 쓰지 않겠다”며 “그 무게를 느끼면서 좋은 정치하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유튜브 캠처

이튿날인 지난 22일 진행한 라방은 조회 수가 36만회에 달할 정도로 지지자들 호응도 크다. 한동훈 캠프 관계자는 “라방에서 보이는 한 후보의 인간적인 면모를 유권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향후 유세 과정에서도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지난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라이브 방송에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유튜브 캡처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20대 지지율이 높은 홍준표 후보는 ‘숏폼’에서 점유율이 특히 높다. 홍 후보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는 구독자가 74만명에 이른다. 홍 후보가 대선 출마를 본격화한 이후에 게시한 숏폼은 25건인데 이 가운데 ‘하루 만에 눌러 담은 홍준표의 인생’ 영상은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됐다.

/유튜브 TV홍카콜라

2030세대에서 유행하는 밈(meme·유행 콘텐츠)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서열 정리 밈’은 지하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친(親)민주당 유튜버 김어준이 시민들에게 행패 부릴 때 홍준표 후보가 나서서 상황 정리를 한다는 내용이다. 홍준표 캠프 측은 “2030세대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만큼 이들과의 소통의 창은 활짝 열어두겠다”면서 “이들 청년 세대를 후원군으로 경선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숏폼'영상. 영상은 홍 후보가 지하철에서 행패 부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제압한다는 내용이다./TV홍카콜라 캡처

각 후보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후보의 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캠프 실무자들 설명이다. 김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4컷 만화인 ‘문수툰(Toon)’에 담아서 SNS에 게재하고 있다. 문수툰은 김 후보의 핵심 청년 공약인 ‘군 가산점 부활’ ‘GTX 전국 5대 광역권 확대’ ‘30대 그룹 신입 공채 장려’ 등을 알리고 있다. 최근 김 후보는 1인 가구(782만9000가구)의 40%가량이 2030세대란 점에 착안해 1인 가구를 위한 공공 주택을 늘리는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소개하는 네컷만화/김문수 캠프 제공

최근에는 청년세대에 인기가 높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 후보 측은 “청년 세대에 가장 진심인 후보는 바로 김문수”라면서 “최근 젊은 층 지지율도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 페이스북

안 후보로 AI 이미지로 만든 ‘고난극복 네 컷 만화’를 SNS에 연재하고 있다. 의사,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 정치에 뛰어들면서 안 후보가 겪었던 고비의 장면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안랩’을 홍보하기 위해서 ‘무지개 삐죽머리’ 광고를 했던 일화, 2020년 대구 동산병원에서 코로나 봉사에 나선 일,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탄핵소추안에 찬성 투표했던 모습 등이 담겼다.

/안철수 고난극복 네컷만화

지난 22일 생방송 도중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안 후보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화제다. 당시 안 후보가 상기된 표정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재명을 이기겠다”면서 울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후보가 당내 기반이 탄탄한 나경원 의원을 제치고 4강에 진입한 것을 이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2일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CBS 한판승부 유튜브 캡처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모질고 악한 사람이 강한 게 아니라 착한 사람이 진짜 강한 것이라는 얘기를 청년 세대들에게 전하고 있다”면서 “AI 기술 패권 시대에 접어든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자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풍(安風)을 일으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