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소통 플랫폼 '모두의 질문Q'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등 측근 그룹과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실로 가져오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철학인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기재부가 고수하는 ‘재정 건전성’은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이한주 원장 등은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지금처럼 놔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이 원장은 이재명 후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이 원장은 이 후보가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멘토’ 역할을 했고, 이 후보에게 기본 소득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래픽=양인성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낸 이 후보는 지자체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불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재부 예산 편성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때도 미국 백악관 직속 OMB(관리예산처)의 사례를 들어 “기획·예산 기능을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예산 기능을 어디로 옮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 후보의 행정 스타일을 고려할 때 관료들에게 예산 편성을 전담시키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키를 쥐고 가는 걸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를 지자체장 때부터 지켜본 한 측근은 “이 후보는 공무원들의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라는 얘기를 가장 싫어한다”며 “민원도 앉아서 받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받아 오라는 스타일이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안 된다는 관료들의 논리는 이 후보에게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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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 소득이나 지역 화폐에 대해 기재부가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온 점도 예산 기능 이관을 검토하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통령실로 기재부 예산 편성권을 가져온다면 앞으로 정권 차원에서 원하는 예산 처리를 더 빠르고 자주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 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원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행안위에서 “온누리 상품권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많은 제한이 있고, 지역사랑상품권은 확대 범위도 넓다. 오히려 1조원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또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 화폐 예산을 1조원 풀게 되면 실질적으로는 지역사랑 상품권이 10조원 풀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현재 정부 추경안으로는 경기 방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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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또한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또는 국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경제 부처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서울대 박상인 교수는 “기재부가 경제정책 총괄 및 조정, 예산 편성 등을 수행하면서 ‘기재부 정부’ 현상이 발생했다“며 “예산 편성은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갖고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했다. ‘대통령실 비대화’ 문제가 있지만 이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감수해야 할 일이라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