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에게 항공기 취득세를 제대로 걷지 않았다며 “‘밀린 세금’ 702억원을 걷으라”고 요구했던 감사 결과를 1년 만에 스스로 뒤집었다.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해석을 다시 내린 것이다.

발단은 감사원이 지난해 3월 공개한 ‘개발사업 분야 등 취득세 과세 실태’ 감사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원은 공항이 있는 지자체들과 행안부 잘못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지자체들이 국내 항공사들로부터 항공기 취득세 약 944억원을 걷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금융리스’(할부 구매)나 ‘운용리스’(장기 임차) 방식으로 빌려서 운항하곤 하는데, 감사원은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어떤 방식으로 빌렸든 지자체에 항공기 취득세를 내야 한다고 봤다. 당시 국내 항공사 11곳이 운용하는 항공기 381대 중 운용리스 방식으로 들여온 항공기가 206대(54.1%)였고, 저비용 항공사는 그 비율이 96.9%에 달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2008년 11월 조세심판원은 A항공사가 운용리스 방식으로 들여오는 항공기에 대해 취득세를 내지 않겠다며 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A항공사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후 모든 지자체가 운용리스 항공기에 대한 취득세 징수를 중단했고, 행안부도 운용리스 항공기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매뉴얼을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조세심판원이 판단을 잘못한 것이고, 행안부가 운용리스 항공기 취득세를 계속 걷기 위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간 밀린 취득세 944억원 중 시효가 소멸하지 않은 702억원을 걷으라고 했다. 항공사들이 ‘무신고’와 ‘납부 불성실’을 한 것이라며 원 세금 505억원에 가산세 197억원까지 덧붙인 금액이었다.

그러자 행안부가 감사원 통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 사안에 대해 1년 가까이 검토한 끝에 지난 2일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지난해 감사 결과를 고쳤다. 정부가 납세자들에게 과세와 관련한 사항을 잘못 알려줬더라도 납세자들이 이를 믿을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면, 정부가 당초 안내한 것 이상의 세금을 갑자기 거둬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른바 ‘신뢰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항공기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판단을 믿고 항공사들이 오랫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항공사들에게 갑자기 ‘세금 폭탄’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런 식으로 감사원이 과세와 관련한 정부 처분을 뒤집은 사례는 올 들어 또 있다. 독일 화학·제약 회사 머크는 2004년 말 머크 한국법인에 6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정부에 신고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첨단 산업에 투자하면 세금을 깎아주도록 한 세법에 따라 법인세 등을 감면해 달라고 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2007년 머크에 ‘법인세를 첫 7년간 100%, 이후 3년간 50%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서면으로 알려줬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안내한 것이었다. 그사이에 세법이 바뀌어, 머크가 받을 수 있는 조세 감면은 ‘첫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5년 머크에 법인세를 덜 냈으니 가산세를 포함해 56억여 원을 내라고 청구했고, 머크는 소송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머크는 이미 냈던 추가 법인세를 국세청이 돌려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했고, 감사원은 국세청이 63억여 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난 1월 결정했다. ‘정부가 걷었어야 할 세금을 오랫동안 걷지 않았다면, 뒤늦게 갑자기 세금을 거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머크 소득에는 (국세청이 판단한) 법인세 감면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나, 머크가 구 재정경제부 장관의 (조세 감면) 견해 표명을 신뢰한 데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