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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률을 결정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돼 왔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도 평가위원으로 위촉돼 점수를 매겼다. 평가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들이 돈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서도 대다수를 평가위원으로 다시 위촉했다. 회계를 사실상 조작해 점수를 높게 받아 성과급을 챙긴 기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재부는 2008년부터 매년 공공기관 100여 곳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한다. 대학교수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들을 위촉해 ‘경영평가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각 기관에 대해 평가 지표에 따라 등급을 매기게 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반면 낮은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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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경영평가단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평가 공정성을 위해, 평가 대상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수주하거나 강의를 의뢰받은 사람은 평가위원으로 위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2018~2020년 평가위원 323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6명(48.3%)이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A교수는 그해 4월부터 12월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문에 응해주고 1755만원을 받았다.

기재부는 이런 사람들을 검증을 통해 걸러내야 했으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재부도 ‘최근 5년간 모든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돈이 도합 1억원 이하면 신규로 위촉할 수 있다’ 등의 기준을 세워, 자격 미달 인사들을 위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회의 참석 여비 등 실비를 변상하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회당 100만원 이하로 지급한 사람의 경우에는 위촉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가위원들이 점수를 임의로 고쳐 온 정황도 확인됐다. 2019년 경영평가에서는 ‘사회적 가치 구현’ 항목에서 공공기관 4곳의 점수가 잘못 매겨졌다. 이를 정정하자 종합 등급이 바뀌게 되어, 다른 기관들과 함께 매긴 순위까지 바뀔 상황이 됐다. 그러자 평가위원들은 다른 항목 점수를 임의로 깎아서 종합 등급이 변하지 않게 했다. 한국도로공사·수자원공사·전력공사·토지주택공사(LH)·코레일 등 5곳은 2019년 중대 재해를 일으켰고, 원칙대로라면 해당 항목에서 2~3등급 감점돼야 했다. 그러나 평가위원들은 ‘감점이 과하다’며 감점을 줄였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8년 경영평가를 받으면서 인건비 인상률을 실제보다 낮아 보이게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평가 규정에 따르면, 임직원 총인건비 인상률이 2.6% 이하여야만 관련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난방공사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지급한 복리후생비를 있는 그대로 계산하면 인상률이 2.6%를 넘자,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 인상률을 낮췄다. 지역난방공사는 실제 받았어야 할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임직원들은 성과급으로 78억여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난방공사는 “자료 제출에 있어 고의성은 없었음을 감사원에 수 차례 소명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