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직원이 공기업 감사 과정에서 증거 서류를 조작했다가 감사원 자체 감찰에 적발됐다. 이 직원은 민간 업체가 공기업에 납품한 부품에 대한 성능 시험 결과를 조작해, 공기업에 ‘불량 부품을 납품받았다’는 혐의를 부당하게 씌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감사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이 직원을 해임하고,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017년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감사에서 A공기업이 발전소 부품 약 16억원어치를 민간 업체 B사와의 수의 계약으로 조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었다. 감사원은 이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A공기업이 B사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이 제 성능을 내는지도 검증했다. 감사원의 당시 결론은 ‘기준 미달’이었다. 그러나 B사는 ‘성능이 기준을 충족한다는 시험 결과가 있다’며 감사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감사원의 내부 감찰 결과, A공기업에 감사를 나갔던 팀의 최선임자였던 5급 김모씨가 성능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기관은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시험 성적서까지 발급해줬으나, 김씨는 이 사실을 감추고 감사원 상급자들에게 ‘성능이 기준 미달인 것으로 측정됐다’고 거짓으로 보고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성능 시험을 참관한 비전문가의 의견을 담은 ‘기술자문서’를 정식 결과지로 둔갑시켰다.
감사원은 “김씨가 증거 서류를 은폐·조작해 감사원이 허위의 감사 결과를 도출하게 했다”며 징계위원회에 김씨 파면을 요청하고, 기존 감사 보고서는 고쳐 B사 부품의 성능이 기준에 미달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다만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징계위는 김씨에 대해 파면보다 한 단계 낮은 해임을 결정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처음부터 최고 수위의 징계를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감사원 내부에 비위가 있다면 모두 드러내 엄하게 문책하겠다”고 했다. 앞서 감사원은 3급 간부가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자체 감찰에서 찾아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