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전 금융감독위원장.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장관급)이 해외에서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해달라고 서울지방병무청 과장에게 13차례 전화를 걸어 청탁을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관련 병무청 간부 두 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실무진 반대에도 고발을 취하해줬고, 은 전 위원장 아들은 한국에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해 현재까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공직 비리 감찰 보고서에 따르면, 은 전 위원장 아들 은모씨는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미국에 가 있는 상태에서 2021년 9월 병무청에 국외 여행 허가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미국 영주권을 신청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병무청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은씨는 귀국하지 않았고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은씨는 병무청이 국외 여행 허가 연장을 불허하자 이의 신청을 했다.

은 전 위원장은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당시 서울병무청 병력자원과장 A씨와 13차례 통화하면서 ‘고발을 취하해줄 것을 청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은씨가 병역 이행을 위해 귀국한다면 ‘입영을 위한 가사 정리’ 목적으로 한 차례 미국에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서울병무청장 B씨에게 올려 승인을 받았다. 은 전 위원장은 본지에 “감사원의 발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