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날로 늘어나는 마약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점조직 형태의 마약 유통망을 파헤치기 위해 위장 수사를 제도화하고, 수사에 협조한 범죄자의 형벌을 줄여주는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마약을 소지하고 입국하는 사람, 마약 구매자와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가는 ‘던지기’ 수법을 쓰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통한 영상 분석 기술도 도입한다. 병역판정검사와 입영판정검사에도 마약 검사가 도입된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을 채택했다. 최 대행은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마약류 이용이 확산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첫 번째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고 했다.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은 ‘마약류 관련 범죄 엄정 대응’과 ‘마약류 중독자 일상 회복 지원’, ‘마약류 예방 기반 강화’, ‘맞춤형 관리 강화’ 등 네 분야로 이뤄졌다.

마약 범죄 대응과 관련해 정부는 온라인 마약 유통 관련 전담 수사팀을 보강하고,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운영사 등 해외 IT 기업들과 수사 공조 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수사하는 등의 위장 수사를 제도화하고, 수사 과정에서 마약 조직 내부 정보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제보자에 대한 보상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를 도입해, 마약사범들이 수사에 협조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온라인의 마약 불법 광고를 막기 위해 텔레그램과 다크웹 등에 있는 채널들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발견되는 마약 광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서면 심의를 통해 빠르게 차단하기로 했다. 가상 자산으로 마약 범죄 수익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가상 자산 흐름 추적 시스템도 개발한다.

입국자에 대해선 AI를 활용해 마약 소지 가능성이 큰 사람을 가려내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통관 화물에 대해선 수중 드론과 투사 컨테이너 검색기 등으로 마약인지 확인한다. 국제우편물 전용 검사장도 구축한다. 정부는 한국으로 마약을 보내오는 주요 국가에는 수사관을 파견해 현지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마약 범죄 단속을 위한 다국적 합동 작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료용 마약류 수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진짜 수요를 파악하고, 의료용 마약류가 이 수요량에 한정해 공급되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를 중복·과다 처방하는 의료기관을 잡아내고, 의사가 스스로에게 마약류를 처방하는 것을 금지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기 전에 마약류 투약 이력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마약 중독자의 일상 복귀 지원과 관련해 정부는 마약 중독 상담 센터를 24시간 가동하고, 마약 중독에 대한 익명 검사를 통해 마약에 노출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기로 했다. 또 중독 상태별로 전문 치료 기관을 구분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가 종료되고 나서도 재활기관에서 전문 상담사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약 중독자 공동 입소 시설을 설치해 치료와 직업 재활을 함께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마약 중독 치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재정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치료 전문 인력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군인에 대해서도 훈련소와 교육기관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기로 했다. 유학 또는 취업 비자를 취득해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에 대해선 마약 예방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미성년자에 대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 기준을 별도로 마련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약 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지 않은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미성년 마약사범에 대해선 의무적으로 치료보호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각 대학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군에 마약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병역판정검사와 입영판정검사에서 마약류 검사를 하기로 했다. 또 군 복무 중 영외로 출타했다가 복귀하는 인원이 반입하는 물품을 대상으로 마약류인지 집중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