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점조직 형태의 마약 유통망 적발을 위해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수사하는 ‘위장 수사’를 제도화하고 수사에 협조한 마약 사범의 형량을 줄여주는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입대 신체검사 때 마약 검사를 도입하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일명 ‘던지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감시 카메라 영상 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 서비스 기업들과 수사 공조도 추진된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 계획을 채택했다. 마약류 단속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첫 중장기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시행하는 이 계획에 따라, 온라인 마약 유통 전담 수사팀을 보강하고 텔레그램 등 온라인 메신저 운영사들과 공조해 온라인 마약 유통망 해체에 나선다. 수사관이 마약 판매자나 구매자로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마약 범죄 제보자 보상금도 현행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사에 협조한 마약 사범에게는 형벌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온라인 메신저 채널과 다크 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사이트)을 상시 감시해 마약 광고를 잡아내고, 마약 광고 사이트 접속 차단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해외 마약류 반입을 막기 위해 내·외국인 입국 단계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마약 소지 가능성이 큰 대상을 추려내 집중 검사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국내로 들어오는 화물·우편물에 대해서도 투사 검색기 같은 장비를 도입해 검사한다. 국내로 마약을 많이 발송하는 국가에 대해선 수사관을 파견해 현지 단속에 나서고, 마약 단속 국제 작전에도 한국 수사기관이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마약을 투약하고 운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경찰의 현장 단속 권한은 음주 운전 단속 권한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한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사가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기 전에 기존 마약 투약 이력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처방을 거부할 수 있게 한다. 의사가 자기에게 마약성 마취제를 처방하는 것도 제한한다.
정부는 마약중독 상담 센터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또 마약중독 여부를 익명으로 검사받을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중증 마약중독자는 권역별 치료 보호 기관에서, 경증 중독자는 의원급 정신 의료 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치료 보호 기관과 재활 기관을 연계해, 치료 보호를 받은 사람이 이후에도 재활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전문 상담사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약중독자 공동 입소 시설을 설치해, 중독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또 초·중·고등학교 마약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군인에 대해서는 훈련소와 교육기관에서 마약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기로 했다. 또 군에 마약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역 판정 검사와 입영 판정 검사에서 마약류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휴가·외출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군인들에 대해선 반입 물품을 대상으로 마약류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를 경험했다가 마약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미성년자에 대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미성년자가 마약류 투약 사범이 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치료 보호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