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된 방통위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전체 회의를 상임위원 3인 이상이 있어야만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방통위법은 방통위 상임위원 5인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는 국회 몫 3인 추천이 이뤄지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가 이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것을 불법화하고, 국회 추천 위원이 1명 이상 더 있어야 방통위가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이진숙 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심의·의결한 것이 위법이라며 이 위원장을 탄핵 소추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3일 4대4로 소추를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4인은 현행 방통위법에 회의 성립 최소 인원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2인만으로 회의를 연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과 국민 보호에 필요한 일상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라며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3인 이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 대행은 “(방통위가 기능을 정지하면)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 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행은 “(법안은)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행정권 중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게 해,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최 대행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40번째 거부권 행사다. 최 대행은 앞서 내란 특검법 1·2차 법안과 김건희 특검법안,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의 47.5%를 중앙정부가 3년 더 부담하게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 KBS·EBS 수신료와 전기 요금의 통합 징수를 강제하는 방송법 개정안,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수사기관의 직권남용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 명태균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는 법안을 재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법률로 만들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최상목 권한대행의 관련 발언 전문
‘방통위 의사정족수 3인 이상’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월 27일 국회에서 처리돼 정부로 이송돼 왔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검토하게 돼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 취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작년 8월 이미 헌법이 부여한 행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으며, 국회 재의결 결과 부결돼 폐기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는 정부가 재의 요구 당시 지적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방통위원 임명 간주 규정’ 등 위헌성이 있는 조항을 추가로 담아 처리했습니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는 3인 이상 출석으로 개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과 국민 보호에 필요한 일상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입니다.
개정안과 같이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집니다.
결국, 방송사업자 허가, 위법행위 처분, 재난 지역 수신료 면제 등 위원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의 의사 정족수를 전체 위원의 과반수 이상 등으로 엄격하게 법에 명시한 전례 또한 없습니다.
아울러, 엄격한 개의 요건은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행정권 중 방송·통신 관련 기능을 국회 몫 위원 추천 여부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큽니다.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또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들께 말씀드린 것처럼, 방통위법 개정안은 그 내용상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회에 재의를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