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경제 6단체장들이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에 한 대행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한 대행은 이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총리실은 이번 간담회가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민·관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오늘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 핵심 산업인 자동차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우리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경쟁국의 기술 추격, 대내적으로는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를 공언하는 등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관해 한 대행은 “정부는 국익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며 “우리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 또한 정부와 민간이 가진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정부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 활동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 최일선에 계신 기업인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한 대행은 그러면서 “민·관이 ‘원 팀’이 되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오늘 모여주신 경제 단체에서 앞장서서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민간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시너지를 낼 한미 간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양국 경제 협력 논의의 물꼬를 텄다”며 앞서 민간 차원의 방미 성과를 소개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 카드를 만들어 대미 외교 채널을 통한 협상을 본격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은 “한국이 미국의 직접적인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관세, 비관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산업·생산·투자를 모두 고려한 새로운 통상 전략의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 방안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핵심 산업의 고용, 투자가 악화되지 않도록 산업 생태계 관리와 지원을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통상 대응뿐 아니라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논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노조법 개정안, 법정 정년 연장 입법 등이 기업 부담을 높여 투자와 고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류진 한경련 회장도 “상법 개정안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OECD 수준으로 상속·증여세율을 인하하고 노동 유연성을 제고해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소득세 과표 구간 상향으로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이제 국내 중소기업들도 미국 등 해외로 직접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수출 강점 분야에 대한 규제 개혁을 건의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촉진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 마련, 대·중소기업 동반 진출 활성화 등 민·관 협력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대행은 경제 6단체장들의 다양한 건의에 대해 수용 여부를 답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은 기업들의 요구와 건의를 주로 듣는 자리였다”며 “신중히 검토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