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1일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가운데 낮기온이 38도를 기록하면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쳐가고 있다./김영근 기자.

2023년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파행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감독 기관인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의 부실·무책임 행정이 겹쳐 일어난 사태인 것으로 감사원이 결론 내렸다.

전북도는 야영에 부적합한 갯벌 매립지를 대회 장소로 정해놓고서는, 한국스카우트연맹에 미리 기반 시설 공사를 해놓겠다는 허위 계획서를 제출해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1991년에 이미 세계잼버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적이 있는 강원 고성군은 떨어졌다. 국회가 만든 새만금세계잼버리법에 따라 대회 조직위가 구성되면서, 잼버리 운영에 전문성이 있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이 대회 준비를 주도하지 못하게 됐고, 조직위 감독·지원을 맡은 여가부는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이 전무한 여가부 퇴직 공무원을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보냈다. 조직위는 대회 준비를 부실하게 했고, 대회가 열리고 참가자 다수가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거나 음식물 공급이 제한되고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는 문제 등이 벌어졌는데도 “뭐가 그렇게 문제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여가부는 대회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준비가 완료됐다’고 허위 보고해, 정부가 대회 전에 보완 대책을 세울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2023년 8월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수천 대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감사원은 10일 공개한 545쪽짜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추진 주체(조직위·여가부·전북도 등)의 역량이 부족하고 행사 준비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가운데, 생활 서비스 준비 부족, 시설 부실 설치, 현장 대응 미숙, 부적합 부지 선정 등 업무 처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해 새만금 잼버리 성공 개최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여가부와 전북도에 담당 업무 부실을 이유로 ‘기관 주의’를 주고, 여가부·전북도·전북교육청에 공무원 5명을 징계하라고 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 여가부 출신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 등 이미 퇴직해 징계가 불가능한 7명에 대해선 나중에 공무원으로 재임용되지 못하도록 비위 행위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다. 대회 준비 상황 허위 보고 등에 관여한 공무원 6명에 대해선 징계와 별도로 수사 기관에 사건을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

정부와 전북도, 부안군이 새만금 잼버리 개최와 파행 후 수습을 위해 쓴 돈은 3683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176억원은 정부가 새만금 야영을 중지시키고 참가자들을 전국 곳곳의 숙소로 대피시킨 뒤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투입된 돈이었다.

◇‘2019년까지 기반 시설 개발’ 허위 계획서로 유치

감사원에 따르면, 전북도의 개최지 선정부터 잘못이 있었다. 잼버리 개최지는 새만금 방조제를 쌓으면서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난 갯벌로, 비가 오면 빗물이 빠지지 않아 며칠씩 침수될 수 있는 곳이었다. 매립을 통해 지반을 높이지 않으면 잼버리를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전북도 관계자들은 2015년 7월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보고는 이곳을 잼버리를 유치할 곳으로 정했고, 한국스카우트연맹에 2019년까지 부지 기반 시설 개발을 완료하고, 참가자들이 그늘로 삼을 수 있도록 포플러나무 10만 그루를 심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최 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계획서는 허위였다. 전북도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이 부지 개발은 2022년에야 완료되는 것으로 바뀐 상태였고, 갯벌이었던 곳에 포플러나무를 심는 것이 가능한지는 검토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새만금 부지는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세계잼버리 유치 후보지로 선정됐고, 강원 고성군은 탈락했다. 감사원이 당시 부지 선정 평가를 했던 평가위원 5명에게 물어보니 전원이 “계획서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새만금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줬을 것”이라고 답했다.

◇갯벌에 유치해 놓고 매립은 정부에 떠넘겨

전북도는 새만금 개최가 확정된 뒤인 2016년에야 부지를 매립해야 잼버리 개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전북도는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여당에 농지관리기금을 써서 부지를 매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를 조성하는 데에만 쓸 수 있는 농지관리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하는 것이 법령 위반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재검토’ 요청을 받고 1845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립해줬다.

전북도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약속했던 포플러나무 10만 그루 심기도 부지 토양에 염분이 많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전북도는 이동식 화분에 심은 나무를 배치하는 대안을 추진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포기했고, 철로 된 골조를 설치하고 덩굴식물을 길러 그늘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염해로 인해 덩굴식물이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결국 잼버리는 식물 그늘 없이 치러졌다.

◇조직위는 총리가 ‘부실’ 지적하자 “화장실 청소 안 된 게 대수냐”

다른 나라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는 개최국 스카우트연맹 소속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잼버리운영팀’이 준비했다. 그러나 국회가 2018년 새만금세계잼버리법을 만들어 조직위를 별도로 구성하게 하면서,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잼버리 준비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게 됐다.

조직위 관리·감독을 맡은 여가부는 조직위 사무총장에 여가부 퇴직을 앞둔 공무원을 앉혔는데, 이 공무원은 국제 행사 경험이 없었다. 조직위 직원 159명 가운데 국제 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도 10명(6.3%)에 불과했다.

이런 조직위는 폭염 대비 물품, 급식, 의료, 방제, 폐기물 처리, 화장실 청소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준비를 부실하게 했다. 조직위는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얼음 구매 예산 1억8000만원을 확보해 놓고도 얼음 구매를 중단했고, 7월 28일 폭염 경보가 발령돼 7월 29일부터 참가자들 사이에서 온열 질환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도 탈진을 막기 위한 소금 지급조차 하지 않았다. 소금 지급을 포함한 ‘위기 대응 매뉴얼’은 잼버리 정식 행사 기간인 8월 1~12일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생수는 1인당 하루에 1병만 지급했는데,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참가자들이 지어먹을 음식 재료를 보관하는 냉장 컨테이너에 설치될 나무 재질 선반은 잼버리 개최 전까지 고온다습한 야외에 방치돼 있었고, 곰팡이가 슬었다. 조직위가 선반을 소독하느라 참가자들은 이틀간 냉장 컨테이너를 쓰지 못했고, 식자재 보관까지 차질이 생겼다. 참가자들에게는 ‘냉장 컨테이너 안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가 있으니 그 안에서 숨 쉬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파됐다.

8월 1일과 2일에는 식자재 납품 업체의 식자재 분류·포장 작업이 지연되면서, 식자재 배송이 최대 5시간 30분 늦어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참가자 일부가 식사를 거르거나 영외 활동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직위는 일일 환자 발생 수 예측에도 실패해, 의료 시설도 충분하게 준비해 놓지 않았다. 대회장 내 의료 시설은 급수관조차 설치해 놓지 않아 그 안에서 의료진이나 환자가 손을 씻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에어컨도 없어 의료 시설 내 온도가 37도에 달했다. 조직위는 방제 대책도 제대로 세워 놓지 않았고, 그 결과 모기와 독충인 ‘화상벌레’가 들끓었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닫는 동안에도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온열 질환자와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고 숙소·식사·위생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까지 개입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2023년 8월 5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한 총리가 “화장실 청소가 안 된 곳이 있다”고 지적하자, 조직위 사무총장은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된 것이 뭐가 그렇게 대수입니까?”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손님 맞이 준비 완료!” 허위 보고

여가부는 새만금세계잼버리법에 따라 조직위 관리·감독과 잼버리 지원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여가부는 잼버리지원단 팀장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불이익 처분을 받은 뒤 불복 절차 중인 직원을 배치하는 등 잼버리 준비 업무를 한직으로 취급했다. 잼버리지원단의 주축이 될 사무관 4명 자리에도 여가부 직원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고, 전북도와 부안군에서 파견 온 공무원들이 배치됐다.

여가부는 잼버리 준비 상황을 확인한다며 6차례 현장 점검을 했지만, 이 가운데 2차례는 구체적인 점검 계획도 없이 진행됐고, 3차례는 야영지 내부는 둘러보지도 않았다. 현장에 가서 전경만 대강 보고 오는 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부실 현장 점검’으로도 조직위가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눈에 띄었다. 김현숙 전 장관은 2023년 7월 24일 현장 점검에서 대회장 내 의료 시설 등에 의료 기기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조직위는 여가부에 숙영 시설, 전력 시설 등의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은 7월 25일 한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거짓으로 보고했고,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이를 총리나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다. 여가부는 오히려 “새만금 세계 잼버리 손님 맞이 준비 완료!”라는 보도 자료까지 배포했다.

감사원은 여가부의 ‘준비 완료’ 허위 보고로 인해, “타 부처 인력 투입 등 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여가부·전북도 “감사 결과 겸허히 수용”

여가부는 이날 “세계잼버리 대회 준비 중요성 인식 부족, 관리·감독 부실 등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충실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도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이번 결과를 계기로 국제 행사 운영 전반의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향후 추진하는 국제 행사의 운영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행사 운영의 주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과도한 책임이 전북도에 집중됐던 것에 대해선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번 감사 결과 여가부와 잼버리 조직위 내부의 불완전한 시스템이 잼버리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그간 전북에 쏟아졌던 비난의 균형추를 바로잡고, 국민께 실체적 진실을 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전북도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잼버리를 통해 강력한 권한과 책임감, 단일화된 의사결정 체계 등이 국제 행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배웠다”며 “이 교훈을 깊이 새기고 촘촘하게 준비해 반드시 2036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