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12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소개하는 시정연설을 하면서 “추경안이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심의·의결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1979년 최규하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이다. 한 대행은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우리 산업에 상당한 부담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민국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기 대응은 정책 내용만큼이나 이를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한 대행은 한미 통상 협상이 ‘졸속’이라는 구(舊)야권의 비판에 대해선 “지금도 세계 수십 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하고,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해, (관세) 유예 기간 내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한 대행이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사퇴하라” “내란죄”라고 외쳤다. 일부는 ‘매국 협상 중단’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고, 일부는 연설을 끝까지 듣지 않고 퇴장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의 연설이 끝나자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한 대행은 대정부 질문 출석 답변과 상설 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라”고 했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부족하다”고도 했다.

韓대행 공개 비판한 국회의장… 국민의힘 강력 항의 -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권성동(손 든 사람)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팔을 들어 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우 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시정 연설 직후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부족하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행은 국무위원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무슨 소리냐”며 고성이 터져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다가가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에 박수를 쳤다.

우 의장 측은 앞서 한 대행 측에 “할 말이 있으니, 시정연설이 끝난 뒤 (퇴장하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참모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그냥 하시라고 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