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낸 것으로, 민주당은 한 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지명을 강행하자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할 수 없고,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무조건 해야 한다.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은 임명되지 않았어도 7일이 지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된다. 또 기존 재판관 임기가 다 됐어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한다.

이에 대해 한 대행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 구조와 권력 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은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자 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행은 “또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이번 개정안은)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했다.

한 대행은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하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도 했다.

한 대행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한 대행은 앞서 시장에 쌀이 남아돌면 국가 재정으로 쌀을 사들이고, 쌀·채소·과일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생산자의 손해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내용의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국회가 요구하면 개인정보나 영업 비밀이라도 제출하게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여야가 예산안·세법 협상을 기한 내 마치지 못했을 때 정부 세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 제도를 없애는 국회법 개정안, 회사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회는 법안을 재표결에 부쳐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법률로 만들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관련 국무회의 발언

지난 4월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통치 구조와 권력 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재의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으며, 그 이유를 국민들께 설명드리겠습니다.

헌법 제71조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토록 하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여,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하게 6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합니다.

또한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 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큽니다.

저는 이 같은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며, 국민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