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무위원회연주단 성악배우 김옥주가 예술계 최고칭호인 ‘인민배우’칭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옥주 등 예술인 수상자들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30대인 김옥주에게 예술계 최고의 칭호인 인민배우를 수여하고 예술인들을 우대한 것은 ‘K-POP’ 등 북한 내 한류 차단을 위한 자체 스타를 양성하고, 내부기강 확립과 정신무장에 예술인들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창작가와 예술인에게 명예 칭호와 훈장 등 국가 표창 수여식이 있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들을 만나 축하하고 기념촬영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인민배우 칭호를 수여한 것은 2015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김옥주는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과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함께 관람한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에서 28개곡 가운데 절반 이상을 불러 주목 받았던 가수다. 그는 이번에 국무위원회연주단이 낸 신곡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를 각각 2중창, 독창으로 불렀다. 또 ‘적진에 불소나기 퍼붓자’는 내용의 호전적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김옥주는 이후 공개된 뮤직비디오 형식의 음악편집물에도 출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 기념공연 때에는 김옥주에게 앵콜을 두번이나 요청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에서 예술계 최고칭호인 인민배우는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재능과 성과를 거둔 예술인들에게 수여한다. 김일성 시대 북한의 이미자로 불리는 여가수 최삼숙이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김정일시대 대표 악단인 보천보전자악단 출신 고 김광숙, 전혜영 등이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또 왕재산경음악단 출신으로 북한에서 국보급 목소리로 평가 받는 렴청이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 가수 황은미와 서은향도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바 있다.
반면 북한 유명가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현송월 당 부부장은 인민배우 칭호를 받지 못했다. 현송월은 김정일 시대 대표 악단인 왕재산경음악단에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탔고, 김정은 시대 삼지연관현악단장, 당 중앙위 부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최근엔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에서 의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간부들을 향해 지적된 사항에 대한 비판 토론에 직접 참여하면서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송월도 받지 못한 인민배우 칭호를 30대인 김옥주가 받은 것이다.
김옥주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한때 몸 담았던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민요에서 러시아 팝 음악까지 다채로운 가창력을 보여주는 중견 가수이자 실질적인 보컬 리더라고 평가를 받는다.은하수악단 해체 후 청봉악단,모란봉악단,삼지연관현악단을 거쳐 국무위원회 연주단으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 김옥주는 2018년 2월 방한(訪韓)공연에도 참석하고, 그해 4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당시에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나서 가수 이선희와 ‘J에게’를 불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으로 방한해 공연에 함께 왔던 다른 북한 가수들은 무대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김옥주는 김정은 시대의 대표가수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옥주와 함께 방한해 J에게를 함께 부르고 소녀시대 서현과 함께 두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던 송영은 북한으로 돌아간 이후 지금까지 공연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송영은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공연과 지난 1월 노동당 8차대회 경축공연에 불참한데 이어 이번 공연에도 불참했다. 방한 공연에 참석한 청봉악단의 대표 가수이자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인 김주향도 귀국 후 공연무대에서 사라졌다.
북한이 김옥주를 신세대 대표 가수로 내세우며 예술인 우대정책을 펴는 것은 제재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K-POP’ 등 북한내 한류(韓流)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자체 스타 양성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내부기강 확립과 정신무장에 예술인들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문학예술 부문이 의연 동면기·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때에 당 중앙의 의도를 구현한 명작, 명공연들로 인민의 적극적인 호응과 감흥을 불러일으킨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예술창조 활동은 그 어떤 성과보다도 기다리던 반가운 일”이라며 만족을 표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과 수상자들은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