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장마당 세대’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단속하는 ‘청년교양보장법’을 논의·결정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청년 세대의 옷차림과 언행 통제를 주문한 가운데 이를 법제화한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26일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회의를 9월 28일 열고 이 법을 토의한다고 예고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당시 성장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이 체제 수호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을 대상으로 사상 단속에 나서기 위한 근거법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도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 일소’ ‘새 세대 군 간부들에 대한 교양 사업과 통제 강화’ 등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청년 세대의 사상 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당세포가 이들의 옷차림과 언행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 개조”를 주문하기도 했다. ‘코로나 봉쇄’ 기간 청년 세대에 만연한 한류(韓流)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강력한 통제로 청년세대의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북한판 MZ세대’에 대한 김정은의 공포감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시장과 한류의 영향으로 자본주의식 사고에 익숙한 ‘장마당 세대’의 자유로운 정신과 표현을 악법으로 통제·억압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재갈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남북이 나란히 역사의 퇴행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