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매체들이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격려·지도하는 과정을 보도하면서 액션 영화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통상적인 북한의 보도 영상과 달리 김정은이 직접 ‘연기’를 하는 가운데 파격적인 편집 기법을 사용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은 긴박한 배경음악(BGM)이 흐르는 가운데 격납고가 열리고 검은색 가죽 점퍼와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김정은과 북한군 장성 2명이 걸어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 세 남자가 손목시계를 보는 화면이 빠르게 교차하고, 슬로모션으로 선글라스를 벗은 김정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낸다. 초침 소리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발사’ 명령을 내리는 모습과 ICBM이 발사되는 모습이 다각도로 공개됐다. 속도를 올렸다 낮추는 타임 매핑과 줌인, 컷 교차 등 다양한 편집 기법이 쓰였다. 이날 영상을 본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은 “이거 패러디냐” “코미디 아니냐”는 반응을 남겼다.

ICBM 발사 현장의 김정은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관계자들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을 지나고 있다. 이 영상은 김정은 보도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액션영화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편집을 선보였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이런 이례적인 영상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 집권 10년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국방력 강화와 이를 상징하는 신형 ICBM 발사 성공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경제는 어렵지만 ICBM 발사를 통해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주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위대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ICBM 시험 발사 현장에서 대미 강대강 대결을 천명했다. 김정은은 “전략 무력은 그 어떤 군사적 기도도 철저히 저지시키고 억제할 만반의 준비 태세에 있다”며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