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서 전 원장은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직권남용,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대검은 박 전 원장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서 전 원장 사건을 공공수사3부에 각각 배당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1일 서해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사건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 사건의 진상 조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해경과 국방부는 ‘자진 월북 추정’이라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상태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의 혐의로 ‘첩보 관련 보고서 삭제’를 들었다. 당시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게 아니라는 정황 등이 담긴 특수 정보를 고의 누락했다는 혐의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비공개로 강제 북송한 사건이다. 당시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탈북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흉악범이란 이유로 추방해 논란이 됐다. 특히 통상 수주~수개월 걸리는 탈북민 합동 신문을 사흘 만에 끝낸 것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이 남북 이벤트 등을 염두에 두고 합동 신문을 빨리 끝내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밝힌 혐의들에 대해 박 전 원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했고, 해외 체류 중인 서 전 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날 고발은 최근 국정원이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고강도 내부 감찰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간에 발생한 주요 논란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저지른 탈법적 행위들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들 사건 외에도 2018년 3차례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원에 설치된 ‘적폐 청산 TF’를 통해 고강도로 이뤄진 인적 청산 과정 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