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딸 주애가 군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얼굴을 쓰다듬는 장면을 북한 TV가 공개했다. 북에서 신과 다름없는 김정은 얼굴을 누군가 만지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전례가 없다. 김주애 후계자 논란과 함께 김정은이 인간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딸 공개를 이용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전날 밤 열린 북한군 창설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녹화 중계하면서 김주애가 스스럼 없이 김정은 얼굴을 만지는 장면을 내보냈다. 수만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열병식 귀빈석에서 김주애는 김정은의 뺨을 쓰다듬었고 김정은은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김주애가 김정은과 팔짱을 끼고, 어깨에 손을 얹고, 귓속말을 나누는 등 친밀한 부녀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도 공개됐다. 김정은은 열병식 과정에서 김주애를 향해 여러 차례 미소 짓거나 다정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북한 선전 기관들은 이날 김주애를 향해 ‘사랑하는 자제 분’ ‘존경하는 자제 분’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10일 김주애의 군 행사 등장과 관련해 “노동신문 사진 등으로 볼 때 북한이 상당한 비중을 두고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김정은이 중학생 딸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었다.
반면 김정은이 딸 공개를 통해 식량난에 내몰린 주민 불만을 돌리려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딸인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긴 쉽지 않다”며 “김정은이 딸을 통해 북한이라는 하나의 대가정의 자애로운 어버이 ‘코스프레’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딸을 둔 평범한 아버지라는 이미지 연출은 김정은의 본색을 숨기기에 충분해 보인다”며 “딸을 내세워 미래 세대도 김씨 왕조에 대를 이어 충성하라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