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월 노동신문이 보도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민방위 무력 열병식’ 사진. 김정은과 김주애가 ‘주석단 특별석’에 서서 열병식을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북한 김정은의 둘째 자녀로 알려진 김주애가 ‘맏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8일 평양에서 개최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민방위 무력 열병식’ 행사에서 김정은은 장녀 김주애를 데리고 ‘주석단 특별석’ 바로 오른쪽에 자리했다.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군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 당시 김정은 뒤편 ‘귀빈석’에 어머니 리설주와 같이 앉아있던 것과는 급이 달랐다. 노동신문도 지난 9월 9일 자 2면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주석단 특별석’에 서서 열병식을 바라보는 사진을 크게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김주애의 후계자 수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갓 10살인 딸에게 정말 4대 세습을 시킬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사실상 군주제 국가’로 김정은 역시 8세에 후계자로 내정되었다”며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직후 그해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김정일과 김정은 사이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서 있었는데, 올해 9월 8일 행사에서는 김정은 바로 옆에 김주애가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0년 10월 열병식과 2023년 9월 열병식 모두 중국 대표단이 참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도 했다. 김주애 세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주애의 4대 세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정적 의문이 생긴다.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낳았다는 첫째 아들의 존재와 위상이다.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은 2017년 국정원의 국회 보고가 계기였다. 당시 국정원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과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딸 주애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판단에 참여했던 국정원 관계자가 “당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대북 전문가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국정원이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북한 외화벌이 일꾼이 북한에 남자 기저귀, 남자 장난감들을 보낸 것이 근거였다고 한다. 북한을 움직이는 통치 구조의 핵심인 당 서기실을 통해 로열패밀리에게 이런 남자아이 용품을 보내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는 판단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 서기실은 김정은뿐 아니라 김정철, 김여정 혹은 김정은의 이복형제들까지 관리하기 때문에 해당 물건이 꼭 김정은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때문에 최근 국정원은 김정철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가능성, 혹은 김정은 이복형제들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났을 가능성 등을 다시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정은을 만난 미국 프로농구 괴짜 선수 데니스 로드맨을 포함해 2013년 이후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난 외국인 모두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애초 ‘주애’라는 이름도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로드맨이 지난 2013년 ‘김정은 딸을 안아봤다’ ‘이름이 주애’라고 전하면서 알려졌다. 당시에도 아들 이야기는 없었다.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북한에 초대된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당시 단짝친구인 조아오 마카엘로도 “딸에 대해 들었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 보지 못했다”고 해외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금고지기인 전 노동당 39호 실장의 사위로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역시 탈북 후 “북한에서 김정은의 딸 얘기는 들어봤지만 아들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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