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일가족과 함께 어선을 타고 귀순한 김이혁씨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 국가보위성 황해남도 보위부에서 일했던 이철은씨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2023년 가족과 함께 목숨 걸고 서해 해상으로 배를 타고 탈북한 김이혁님이 어제 뜻하지 않은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씨는 “억압받고 천대받던 북한 땅을 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날만 남았던 김이혁님의 비고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허무함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부조리와 김정은의 만행을 알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활발히 하던 김이혁님이 가시는 길이 억압과 착취가 없는 행복한 길이 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6개월 전 방송서 “바다 배우고 싶다”
김씨는 작년 5월 황해남도에서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연평도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김씨의 아내와 두 아이, 김씨 형과 형수, 김씨의 어머니, 처남과 장모님까지 함께였다.
김씨는 지난 6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탈북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국방성에서 운영하는 전승 무역 회사에 선원으로 취직해 선단장까지 올라간 김씨는 배 세 척을 운영하며 하루에 최대 50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했다. 외교관조차 1달러 남짓의 월급을 받는 북한에서 김씨는 부유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확산하며 김씨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6월 북한은 해상 봉쇄령을 내렸고, 주민들이 배에 접근도 못 하게 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기간 돈을 벌 수 없었던 김씨에게 할 일 없는 직장에 나가게 한 뒤 오히려 상납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는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로 김정은의 딸 김주애와 ‘세상에 부럼없어라’ 노래를 꼽았다. 그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붙잡고 있으면 그 환경을 버틴다”며 “김정은 정권 초기에는 혁명적 변화를 기대했는데 김주애가 등장하니까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려야 정권이 유지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 무렵 김씨의 딸이 “우리의 아버지 김일성 원수님”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김씨는 “내 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부모들은 등골이 휘는데, 부모님께 고맙다는 노래가 아닌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상황이 역겨웠다”며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북한을 떠나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세 번의 탈북 시도 끝에 어렵게 한국에 오게 된 김씨는 한국 선원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 중이라고 했다. 그는 “바다를 좀 더 배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