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중 피아 식별을 하지 못해 아군끼리 서로 싸우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실전에 투입된 북한제 방공 장비가 러시아군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 일이 벌어졌다.
19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군 선전 활동을 하는 친크렘린 블로거 포베르누티예 나 바오니예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서방제 최신 방공장비를 드론으로 파괴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에는 그런 외형을 가진 방공 무기가 없다”며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영상 속 무기는 2020년 처음 공개된 북한제 야전 방공 무기 일명 ‘북한판 토르’로 판별됐다.
북한판 토르는 트레일러에 탑재된 수직발사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러시아의 토르 방공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RFA는 미사일 운용 요원 교육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미뤄 쿠르스크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판 토르’ 승무원에는 북한군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러시아군 드론이 북한군 방공 무기를 파괴한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북한제 무기가 러시아군을 공격한 사례도 있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은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북한판 스파이크 NLOS’을 사용해 쿠르스크 전선 북부에서 우크라이나군 포병대를 공격하는 영상이라며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2S1 122㎜ 자주포가 미사일에 맞아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 자주포는 우크라이나군뿐 아니라 러시아군도 사용하는 무기로, 러시아군이 밝힌 작전 지역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아닌 러시아군 포병대가 작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자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피아 식별 띠를 착용하고 있기도 한다. 러시아군은 헬멧과 팔에 빨간색 띠를, 우크라이나군은 파란색 띠를 이용한다고 RFA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