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맥주집 앞 대기줄(좌), 상점에 진열된 대동강 맥주./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러시아의 여행 블로거가 북한을 방문한 여행기를 공개하며 북한 보위부 요원으로 보이는 관계자가 사진 촬영을 막고 검열했다고 주장했다.

평양 시내 상점에 진열된 대동강 맥주./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17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 여행 블로거 막심 골리셰프는 최근 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를 통해 북한 여행기를 올렸다.

여행기에 따르면 골리셰프는 올해 초 다른 여행객 8명과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북한을 방문해 단체 여행을 했다.

러시아 관광객이 귀국편으로 탄 1983년산 항공기./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까지 1976년산 투폴레프기(Tu-154)를 타고 이동했다. 귀국편은 1983년산 항공기였다. 특히 1976년산 항공기는 전체적으로 낡아 보였지만 다행히 평양 순안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덧붙였다.

이 항공기에는 북한 주민 약 30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고 한다.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던 이들은 착륙 후 인솔자를 따라 질서 있게 이동하며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평양에 도착한 골리셰프는 두 명의 안내원과 동행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일반 여행 가이드지만, 다른 한 명은 보위부 소속 요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골리셰프는 추측했다.

특히 이 보위부 소속 요원으로 추정되는 안내원은 관광객들이 북한의 긍정적인 면만 볼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획했고, 관광객이 촬영한 사진을 검열했다고 한다.

골리셰프는 출국 전부터 러시아 북한 여행사 직원에게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다.

실제 여행 중에도 안내원은 다양한 이유로 사진 촬영을 제한했는데, 그중에는 “북한 주민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골리셰프는 마지막 날 보위부 요원의 눈을 피해 사진 검열을 피했다고 한다.

평양 시내 교통 체증./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골리셰프는 여행 중 목격한 평양 시내 모습도 소개했다.

그는 평양을 매우 ‘어두운 도시’로 묘사했다. 어두운 가로등은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으며 건물에도 거의 불이 켜지지 않았다. 주거용 건물의 창문에 비치는 불빛조차 어둡게 보였고, 밝게 켜진 상점가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평양의 밤거리를 유일하게 밝힌 빛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었다. 북한에는 자동차가 거의 없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낮에는 작은 교통 체증이 나타날 정도였다.

3일간의 평양 여행은 대부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이뤄졌다. 차창 밖 풍경을 보며 가이드가 소개해주고, 사진을 촬영하는 식이었다. 골리셰프는 “차창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과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모습과 유물을 살펴보는 것은 다르다”며 “불행히도 평양에서는 차를 타고 여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평양의 한 맥줏집 앞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골리셰프는 차를 타고 평양 거리를 구경하던 도중 창밖으로 100여 명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안내원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맥주 가게 앞에서 맥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주민들이었다. 골리셰프는 “소련 시절 맥주 가판대가 떠오르지만 맥주 한 잔을 사기 위해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선 광경은 처음 본다”고 했다.

평양 동물원에 전시된 개./러시아 소셜미디어(SNS) VK

골리셰프 일행은 평양동물원도 방문했다. 이 동물원에서는 개를 전시하고 있었다. 30종 품종 100여 마리의 개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골리셰프는 “동물원에 개를 전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코로나 이후 닫았던 국경문을 개방하고 지난해부터 러시아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을 재개했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 수는 총 881명으로,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RFA에 호기심 때문에 북한을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북한은 관광 목적을 위해 가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한 관광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매우 엄격한 감시와 자유롭지 못한 여행 환경 등이 꼽힌다고 란코프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