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5월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북·러 양측이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놓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각)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은) 러시아를 방문할 ‘유효한’ 초대장을 받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조정될 것”이라며 “아직은 어떠한 성명도 발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양국 간 아직 협의할 게 남았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정은의 답방을 제안했고, 지난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김정은을 만나 “올해는 5월 전승절 80주년 등 양자 행사 및 교류 측면에서 풍성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의 군사·외교 관련 소식을 다루는 ‘크렘린 스너프박스’ 텔레그램 채널은 최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5월 초로 예정돼 있으나 모스크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장시간 평양을 비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푸틴과 김정은의 회동은 5월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이 채널은 전했다.

김정은은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와 2023년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당시 전용 방탄 열차를 이용했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직항 편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로 가려면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제3국에서 전용기를 빌려야 한다. 열차를 이용한다면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최소 6일 이상이 걸린다. 김정일의 경우 2001년 7~8월 방탄 열차를 이용해 23박 24일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었다.

푸틴이 김정은에게 초대장을 보낸 ‘러시아 전승절’이 여러 국가 정상이 모이는 ‘다자 외교’ 무대라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양자 정상 외교 이외 다자 외교에 나선 적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양자 정상 외교와 달리 다자 외교 행사에서는 김정은만을 위한 맞춤형 의전을 제공받기 어렵다”며 “김정은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위험이 큰 ‘도박’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