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에 민주당 내 ‘제3의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에는 ‘국방부 정책보좌관’이나 ‘추 장관 보좌관’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8일 “당시 당대표이던 추 장관 아들 문제와 관련해 제3의 여권 인사가 청탁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이 여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평창올림픽 통역병 청탁 의혹과 관련해 “추 의원실 보좌관과는 다른 라인의 여권 인사가 통역병 청탁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청탁과 관련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언론 통화에서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는데, 당시 추 대표 보좌진이 아닌 다른 민주당 인사가 관여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당시 추 장관이 아들의 군 복무에 대해 주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많이들 알고 있었다”며 “추 장관이 특별히 부탁을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 대신 청탁을 했을 수 있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혀지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추 장관이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복수의 군 관계자는 추 장관 아들 휴가나 부대 배치, 평창올림픽 통역병 배정 등과 관련해 청탁 전화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추 장관은 평소 아들에 대한 애정이 강했고 사석에서도 아들의 군 생활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이 가깝게 지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나 당 고위 관계자 등이 (청탁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국방위 소속이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은 아들이 입대한 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아들이 무릎에 물이 차서 아프다면서 걱정하길래 같이 걱정해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자대를 옮겨달라는 등의 어떤 청탁을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국방위원이었던 다른 의원들도 “추 대표 아들이 군대에 안 가도 되는 상황인데 대표가 가라고 해서 갔다는 얘기는 들었다”거나 “통역병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내가 (민원성) 전화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군에서는 당시 여권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추 의원 아들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3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이 모두 민원 창구였다”며 “추 장관이 당대표였기 때문에 국회의원 등 고위급에서도 가끔 말을 넣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을 둘러싼 군 복무 특혜 의혹은 병가 연장, 자대 배치, 평창올림픽 통역병 배정 청탁 등이 제기된 상황이다. 각 의혹마다 누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청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날 군에서는 추 장관이 직접 아들의 2차 병가(6월 15~23일) 직전인 14일 국방부 민원실에 휴가 연장 관련 문의 전화를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에선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추 장관이 민주당 출신이었던 송영무 국방장관 보좌관 B씨를 통해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관련 민원을 한 사실은 구체적인 증언으로 확인됐다. 송영무 장관의 측근이었던 A 장성은 “B씨가 당시 장관 보좌관실 실무자인 중령에게 ‘왜 추 장관 아들 통역병 민원을 빨리 안 알아봐 주느냐’고 큰 소리를 내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며 “고성이 오갔기 때문에 그 경위를 알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당시 민주당에서 왔던 정책보좌관이 추 장관의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 보좌관이 누구로부터 부탁을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B씨가 당대표였던 추 장관에게 줄을 대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핵심 인사는 “B씨 성향으로 볼 때 추 장관에게 잘 보이려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본지는 B씨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나 군에서는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과 관련해 여권 고위급 인사가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다. 국회연락단과 국방부 정책보좌관인 B씨가 주 민원 창구였지만, 국회의원이 직접 군 고위급에게 추 장관 아들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직접 민원을 넣은 인사로는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인 휴가 관련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아직 누가 개입됐는지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2사단 한국군 지원단 인사들은 “추 장관 보좌관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했지만 “보좌관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여권 고위 인사들이 보좌관과 별개로 휴가나 부대 배치 관련 청탁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 장관이 직접 청탁을 한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추 장관이 평소 사석에서 아들 얘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추 장관이 당시 당대표였기 때문에 여권 인사들이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의원실 출신 보좌관들이 와 있었고 이들이 민원 창구 역할을 했지만 중요한 사항은 의원들이 직접 챙겼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특히 추 장관의 경우 당대표였기 때문에 여권 인사들이 챙겨주려는 경향도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