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이 각 부처·기관에서 평균 64%밖에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3차 추경 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전체 사업예산 19조1000억원(세입경정·예비비 및 예비재원 성격 사업 제외) 가운데 12조3000억원(64.6%)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36%가량인 6조7636억원은 아직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각 부처·기관별 집행률을 보면 기재부(25.3%), 외교부(33.6%), 조달청(33.7%), 교육부(34.8%), 보건복지부(35.7%), 문화재청(44.9%), 고용노동부(49.6%), 문화체육관광부(47.3%)의 경우 3차 추경 사업 예산의 절반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사업으로 들어가보면 3차 추경사업 실집행률이 ‘0원’인 사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야당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연일 7조8000억원 규모 4차 추경의 신속한 통과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약속대로 내일 추경안이 처리돼 추석 전 국민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재정 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졸속으로 추경을 추진·심사하는 행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닷새 만에 ‘벼락 심사’한 여파로 각 부처·기관에서 예산을 받고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원 의원은 “4차 추경조차 제대로 집행이 안 된다면, 정부는 그때 가서 5차 추경이 급하다고 할 것인가”라고 했다.
정부 재정 운용을 평가하는 국회예산정책처도 문재인 정부의 급속한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해 연일 경고음을 내면서 ‘재정 준칙’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재정 준칙은 정부 지출, 재정 수지, 국가 채무 등에 대해 법으로 한도를 정해 함부로 늘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와 여당이 너무 빠르게 재정을 확대하고 있으니 이를 억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정처는 올해 1~4차 추경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년 만에 6.7%포인트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는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고 국내에 투자됐던 해외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단기적으로는 정부 지출을 확대시키면 경제성장을 제고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민간 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을 억제하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