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 재계 측은 6일 ‘경제 3법’ 등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예정된 시간이었던 20분을 넘겨 약 50분간 진행됐다. 재계는 “기업들이 세계적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 나가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면서 “경제가 정상화할 때까지 법안 처리를 미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3법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경제 3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진표, 양향자 의원과 손경식 경총 회장, 김용근 상근부회장, 이인용 부회장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참석했다./국회사진기자단

경총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부터 '기업 규제 3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려면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국회에는 기업 경영과 투자에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많아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 건의를 드리는 것”이라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뤄주고, 시급하지 않은 것은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 중장기적으로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경제 3법은 우리 기업들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지, 기업을 골탕 먹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선 손 회장에게 “모두 발언만 보면 민주당이 혼나러 온 줄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경제 3법을 비판한 것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넨 것으로 해석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간담회에서 여당 인사들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재계 측 한 참석자는 “축구로 치자면 정부는 ‘심판’이고 기업은 ‘플레이어(선수)’ 아니냐”며 “선수들이 세계적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 나가서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고, 경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그래서 정기국회 회기 안에 룰(규정)을 잘 정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경총 측에선 “선진국에 입법례가 없는데, 우리만 있으면 우리 기업의 해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선진국은 그런 입법이 필요 없어서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안내하는 손경식 경총회장 -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경식(왼쪽) 경총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대표도 “경제 3법의 방향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법안 처리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은 없다고 재차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20대 국회 땐 야당과 재계 반대로 좌초됐지만, 이번엔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경제 3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선 이 대표가 기본소득과 재난재원금 등 ‘선명 노선’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대선 경쟁자’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맞서기 위해 ‘공정 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전에 당대표에서 물러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지 않다”며 “경제 3법과 공수처법 등을 빠르게 처리해 당대표로서 성과를 내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여당의 기업 규제 3법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조차 기업 규제 3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기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 규제 3법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서둘러서 할 수 있는 법안이 아니고, 여러 가지 독소를 품고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민주당이 반대하는 노동법 개정을 경제 3법과 동시에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3법에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과 재계를 누그러뜨리고, 일종의 퇴로를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당에선 “경제 3법에 반대하는 야당 내 세력을 달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꺼내 든 것 아니냐”며 “이번 정기국회에선 경제 3법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