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력,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펀드 사기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옵티머스에 투자한 것에 대해 “검찰 수사와 별도로 공공기관의 해당 펀드 투자 경위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지난 14일 라임, 옵티머스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며 수사 협조를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 이틀 만에 의혹 해소를 위한 철저한 조사 지시를 내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000억원대 펀드 사기를 벌인 옵티머스에는 전파진흥원 748억원을 포함해 한국마사회, 농어촌공사 등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투자해 일부는 투자 손실을 봤다. 옵티머스 측은 이 중 일부 공공·금융기관을 상대로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펀드 사기와 로비 의혹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투자 시스템과 적절성 등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과 정관계 로비 의혹의 규명 차원이 아니라고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옵티머스에 5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고위 공직자의 투자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이날 오후 검찰은 옵티머스에 투자한 한국전파진흥원의 경인본부와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대신증권은 전파진흥원이 투자한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곳이다. 옵티머스의 정치·법조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 N타워도 압수 수색했다.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확인 차원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이었다.

본지 취재 결과, 검찰은 이미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가 2017년 당시 전파진흥원 최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펀드 투자금 유치를 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머스 핵심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영제 전 대표가 2017년 초 최 본부장을 거론하며 기관에서 큰돈 관리하는 형님이다. 우리 물주여서 잘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제 전 대표는 최 본부장은 공무원이라 간이 작아서 한 달에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만 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영제 전 대표가 2017년 여름 최 본부장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3박4일 일본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는 진술과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본부장의 딸이 2018년 초 정 전 대표가 대표로 있는 골든코어라는 회사에 취업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검찰은 확보했지만 옵티머스와 전파진흥원 간의 ‘로비 고리’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최 본부장은 2018년 이 일로 내부 징계를 받고 지방 발령을 받았을 뿐 검찰 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문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옵티머스 투자 문제를 언급하자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최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정 전 대표와 금전 거래는 전혀 없었고, 해외여행도 각자 계산했다”며 “딸은 알바 형식으로 잠시 정 전 대표의 회사에서 일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