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 당헌을 고쳐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낸 것이 문제가 된 것은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이 이른바 ‘문재인 당헌’의 핵심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한 뒤 엉뚱하게 “미국 공화당도 워터게이트 이후 후보를 냈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야당도 후보를 냈다”며 야당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국민의힘은 민주당 처럼 “귀책사유가 있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논점은 대국민 약속 파기인데 자꾸 다른 사례를 들며 자신들의 약속 파기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일 라디오에서 “과거 수많은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던 국민의힘 쪽 케이스를 우리가 다 끄집어내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가장 가까운 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수감되면서 대통령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했는데, 그때 왜 후보를 내느냐는 시비가 그렇게 심각하게 있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지금 민주당이 당헌을 고쳐 후보를 내는 것과 당시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탄핵 이후 후보를 낸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도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같은 경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중에 사퇴했음에도 공화당도 후보를 냈다”며 “후보를 내는 문제는 ‘고도의 정치 영역’”이라고 했다. 미국의 공화당도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는데, 엉뚱하게 미국 공화당의 사례를 들며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옹호하고 있다.
신 최고위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같은 경우도 본인이 물러나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거기에 대해 당시 새누리당이 돈을 내거나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이 민주당 지자체장의 성추문 등으로 발생한 보궐선거 비용 800억원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10년 동안 서울시장 자리를 현재의 민주당에 내주는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신 최고위원은 “중도층에게는 사실 송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도 사실은 시장 후보를 여야가 다 낼 것이라고 이미 알고 계신다”며 “그걸 (민주당이) 결단해서 현실화시킨 것일 뿐”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 비하면 솔직하게(?) 당헌 개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당헌 자체가 위헌적이어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후보를 못 내게 한 당헌은 헌법에도 어긋난다”며 “정당의 존재 의미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건데, 그런 원칙에 위배된 당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당헌을 만든 것은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었고, 당시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위헌적 당헌을 만든 문 대통령에게 해명을 요청할 사안인데,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초선인 장경태(37) 의원은 라디오에서 “그동안 윤리적 기준이 많이 강화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당헌의 취지 자체가 많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윤리적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에 기존의 무공천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