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명품 신발을 신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지니고 있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김한솔의 부친 김정남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됐다.
미국 유력 주간지 뉴요커는 16일(현지 시각) 반북(反北) 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의 수장 에이드리언 홍 창(36·한국이름 홍으뜸) 인터뷰를 실었다. 자유조선은 김정남 암살 직후 김한솔을 마카오에서 구출했고, 작년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다. 홍씨가 언론의 취재에 직접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사를 기고한 한국계 탐사기자 수키 킴은 “취재에만 1년 반이 걸렸다”고 밝혔다.
홍씨는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김한솔과 처음 만난 뒤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당시 김한솔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신발을 신고 있었고, 북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던 자신에게 “북한 관련 활동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씨는 “이렇게 돈이 많은 아이는 처음 봤다”며 “김정남이 일평생 얼마나 많은 현금을 숨겨둔 것일까”라고 회고했다.
홍씨와 그를 도왔던 미 해병대 출신 크리스 안에 따르면, 김한솔은 부친의 암살 직후 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지키는 경찰이 사라졌는데 최대한 빨리 마카오를 빠져나가야 한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네덜란드 망명을 위한 비행기에 오르기 전 대만 타이베이에서 김한솔과 접선한 안씨는 “김한솔의 키는 5피트 10인치(약 178cm)가량이었고 할아버지(김정일)와 낚시하러 가는 이야기를 했는데 친밀하게 들렸다”고 했다. 함께 있던 모친은 예쁜 중년 여성이었고, 청바지를 입고 있던 여동생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미국의 10대 청소년을 떠올리게 했다고 안씨는 회고했다.
김한솔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2명의 도움을 받아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네덜란드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스히폴 공항 입국장에서 홍씨와 만나기로 한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항 입구를 빠져나오려던 찰나 누군가에게 끌려와 공항에 있는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전화를 끝으로 잠적했다고 한다. 현재 제3국에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CIA가 그의 신변을 챙기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홍씨는 “김한솔을 잃은 것은 큰 실수였다”고 했다.
홍씨는 북한 정권에 대해 “천천히 무너지지 않고 갑자기(instantly) 무너질 것”이라며 “충분한 돈을 주면 개방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기 때문에 변화하도록 강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그는 “봉기와 혁명밖에 답이 없다”며 “(북한 인민들이) 자기 의지를 갖고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때까지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