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여권의 친문(親文) 인사들이 주장해 온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검증위가 이날 내놓은 검증 결과 발표문에는 “김해 신공항은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최소한의 기본 여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적시돼 있다. 기본 요건은 갖췄지만 미래 확장성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모순적 결론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프랑스 전문 기관에 의뢰해 ‘김해 신공항’으로 결정했던 신공항 계획이 4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정부 여당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내려놓고 짜맞추기식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검증위는 이날 김해 신공항의 안전·소음·시설운영·환경 등 네 분야의 주요 쟁점 11항목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공항 주변 산을 깎아내는 문제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항목에서 결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음, 활주로 길이, 여객 수요 계산, 낙동강 수질 오염 우려 등 다른 주요 쟁점도 합격선을 넘었다. 검증위는 활주로 용량이 2056년 추정 연간 여객 수요 2925만명뿐 아니라 3800만명 수요까지 충족할 수 있다면서도 미래에 예상되는 변화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입지 여건상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과 협의가 없었다는 점과 미래 확장성 부족 등을 이유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곧바로 “검증 결과를 수용하고 조속히 후속 조치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증 결과를 환영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해 신공항 백지화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판박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2016년 佛실사단 “바다 위 태풍 몰아치는 곳, 가덕도는 난센스”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연구 용역의 책임자로 김해공항 확장안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던 공항 설계 전문가 장 마리 슈발리에(75)씨는 17일 본지 통화에서 “4년 전 제가 내린 결론이 여전히 최선이며 바뀔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해공항 확장안을 보류하고 가덕도 공항을 추진한다면 난센스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기술적인 합리성보다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슈발리에씨는 국토부 의뢰로 동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수석 엔지니어로서 당시 용역 총책임자였다. 일본 간사이공항,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공항 프로젝트를 50여건 수행한 공항 설계·디자인 분야 권위자다. ADPi는 세계 3대 공항 설계회사다.
슈발리에씨는 “4년 전 다른 요소는 일절 배제한 채 수많은 답사를 거쳐 기술적 차원의 객관성만 따져 결론을 내렸다”며 “해외에 맡겨 선택한 용역 결과를 뒤집는다면 한국의 국제적인 신인도가 손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한다면 바다 위 태풍이 몰아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이 가중된다는 문제부터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비용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전체의 80%를 인공 매립 해야 한다”며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데다 가파른 산을 깎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해수면 매립 방식인) 홍콩 첵랍콕공항을 건설했을 때보다 어려운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김해공항 확장에 4조3000억원, 가덕도 공항을 짓는 데 10조2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슈발리에씨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비좁은 도시국가라면 바다 위에 매립해서 공항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한 공항의 접근성도 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중요한 고려 요소”라며 “이런 관점에서도 김해신공항이 가덕도 공항보다는 우월하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가덕도 공항 건설안이 밀양에 공항을 만드는 것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이날 김해 신공항 완공(2026년) 이후 30년 뒤인 2056년 기준 여객 수요와 관련해 “변화를 수용하기에 입지가 제한적”이라고 한 것도 슈발리에씨는 반박했다. 그는 “어떤 공항이든 30년 후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건 똑같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고 나면 연간 이용객을 4000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추가 확장이 필요하더라도 김해신공항이 가덕도 공항을 늘리는 것보다 기술적으로 더 쉽다”고 했다. 그는 “미래 수요가 걱정되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바꿔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김해신공항 확장 공사에 착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