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등 야권(野圈)은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와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을 ‘고삐 풀린 미친 말’ ‘무법부(無法部) 장관’ 등으로 지칭하며 대여(對與)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자 윤 총장 국정조사를 먼저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른바 ‘판사 문건’ 의혹에 대한 감찰·수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야권이 국정조사를 수용하자 여당이 ‘판사를 사찰한 적폐 검찰을 청산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와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주도해 이날 국회에 제출한 ‘법치 문란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요구서’엔 국민의힘 103명, 국민의당 3명, 야권 성향 무소속 4명 등 의원 110명이 서명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국정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적극 환영하고 신속히 협의해 빠른 시간 안에 진행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을 향해 “고삐 풀린 미친 말 한 마리가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추미애 무법부 장관의 난폭과 활극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망가뜨렸다”고 했다.
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 조사 대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명령 및 징계위원회 회부 관련 내용 및 절차적 정당성, 추 장관의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의혹 등을 적시했다. 또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 ▲라임·옵티머스 ▲윤 총장 가족·측근 ▲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 등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조사 대상으로 총망라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판사 문건’ 의혹을 부각시키며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판사 문건은) 사법부 독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라며 “판사들의 개인 정보까지 대검찰청이 조직적으로 수집·관리·유통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들은 그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법무부는 이 문제에 대한 감찰과 동시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책임자에 대한 법무부 징계 절차도 이행돼야 한다”고 했다. ‘책임자’는 윤 총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해선 “야당은 그렇게 심각한 문제마저 정쟁으로 끌고 가려 한다”며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조사 시점을 추 장관이 주도하는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 뒤로 미루자는 것이다. “윤 총장 혐의가 충격적”이라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해달라”던 지난 25일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법 농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윤 총장 국정조사를 먼저 꺼낸 건 민주당”이라며 “(그런데) 국정조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은 이 대표 레임덕이 온 것인가. 말씀 무게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정쟁이라고 한 데 대해 “정쟁을 유발하려고 이 대표는 국정조사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인가”라며 “정쟁으로 보는 발상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일선 지검·지청의 평검사부터 고검장까지 윤 총장 직무 정지에 반발하는 데 대해 “일선 검사들의 충격이 있겠지만, 그것이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립에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거대 여당 대표답지 않게 비이성적으로 국정조사 카드를 남발했지만 맞불 대응하는 국민의힘도 도긴개긴”이라며 “산적한 민생 법안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