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65) 전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지난해 폭로했던 남동생 손모(63)씨가 최근 필리핀 한 고급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경찰은 시신 발견 2~3일 만에 타살 흔적이 없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지만,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동기 등은 밝혀 지지 않은 상태이다.
현지 경찰은 손씨가 유서를 남겼고, 그의 호텔 방에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어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필리핀 수사 당국은 손씨가 남겼다고 하는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을 전문 기관에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서의 진위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 당국은 손씨의 지인 등에게 유서를 보여주며 그의 친필이 맞아보이느냐고 묻는 정도로 진위를 파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손씨의 시신은 오는 9일 필리핀 현지에서 화장(化粧)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초기 수사에서 타살 흔적이 없었더라도 지난해 정치인 친누나의 투기 의혹을 폭로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이었던 만큼 혹시모를 범죄 가능성을 위해 다각도로 수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필리핀 일부 지역은 한국인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드물지 않는 편이다. 그에 대한 정밀 부검 절차가 이뤄졌는지는 명확치 않다.
외교부와 필리핀 한인 등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쯤(현지 시각) 필리핀 북부 팜팡가주(州) 앙헬레스시에 있는 3~4성급 호텔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는 지난해 손 전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뒤 논란에 휘말리자 필리핀에서 생활해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달 4일 이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러다 약 한달 뒤인 지난 4일 호텔 측은 손씨가 평소와 달리 수일째 두문불출하고 전화도 받지 않자 수상하게 여겨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실이나 거실에는 그가 없었다. 손씨는 욕실에 숨진 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시신 발견 수일 전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호텔 측은 손씨 시신을 발견한 뒤 현지 경찰과 한인회 등에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작년 2월 28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 전 의원과 관련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었다. 손씨는 당시 회견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손 전 의원의) 차명 부동산 24건 외에 7건이 더 있다”며 “사실이 아니면 나를 고소해도 된다”고 말했다. 손씨는 자체 확인 결과 손 전 의원이 측근 4명을 통해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에 필지 7개를 더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혜원은 자신에게 의혹이 제기되자 부동산에 관심도 없고 투기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매형(손 전 의원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통해 큰 이득을 남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을 열기 약 3주 전인 2월 7일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란 경찰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지만, 기우였고 그는 별 문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손씨가 “요즘 힘드네”라고 보낸 문자에 그의 지인이 놀라 신고를 했고, 이에 경찰들이 인천 한 아파트에 사는 그의 집을 찾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던 것이다. 경찰은 전문 상담사와 함께 손씨를 면담한 결과 힘들다는 문자는 단순한 하소연이었으며 자살 우려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필리핀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손씨는 올해 필리핀에 거주하면서도 한국 교민들과 어울려 지냈으며 손 전 의원의 동생인 점도 솔직하게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