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중징계가 의결됐다. 정직 2개월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온갖 파행을 거듭하면서 지난10일 제1차, 그리고 어제 15일 제2차 회의를 연 끝에 ‘2개월 정직’을 의결했다. 어제 오전10시반에 시작한 회의가 17시간30분 동안의 진통을 겪고 난 뒤인 오늘 새벽4시 결과를 발표하는 사태를 빚었다. 그 다음은 역시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추미애 법무장관은 징계위원회 의결을 근거 삼아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을 재가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제기됐던 징계 혐의 6개 가운데, 4개가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핵심 쟁점이던 판사 사찰 의혹과 함께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은 1)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반발 사임, 2) 법무부 감찰위원회 만장일치 의견, 3) 서울행정법원의 가처분 인용 등으로 이미 세 번씩이나 법률적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었다. 그것을 징계위원회가 뒤집은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형식적으로는 내년 2월 중순까지 총장 직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있는 검찰총장 집무실로 출근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로 치면 유기정학 처분을 당한 것이다. 지난 한 해 추 장관의 인사 학살로 그렇지 않아도 손발이 다 잘려나간 상태에 있었던 윤 총장은 이번 정직2개월 징계 조치로 말미암아 이제 완벽한 식물 총장 상태에 놓이게 됐다.
윤 총장은 우선 당장 청와대와 정권의 턱밑까지 칼끝을 들이댔던 두 가지 사건, 즉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등에 전혀 관여할 수 없게 됐다. 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흐지부지 묻혀 버리거나 아니면 공수처로 이첩된 다음 무혐의로 처리될 공산이 높아졌다. 윤석열이 식물인간처럼 됐다는 것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반응은 “예상했다”는 것과 함께, “해임은 여론이 무서워 못하면서 ‘정권 수사 좌초’라는 목적은 달성하겠다는 꼼수이자 정치적 징계다”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번 징계위는 여러 위법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첫째는 징계위원들의 편파성, 둘째는 진행과정의 절차 위반, 셋째 무리한 징계 사유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회의 막바지에는 윤 총장 측 변호인이 징계위의 독단적인 회의 운영에 항의하고 퇴장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이 ‘내일 회의를 다시 열어 추가 진술서와 최종 의견 진술을 듣도록 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1시간 이내에 최종 의견 진술을 하라’고 말을 바꾸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징계위가 최종 진술의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처럼 했다가 윤 총장 변호인들이 없는 사이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혹시 모처로부터 ‘윗선의 전화’를 받아 이번 회의에서 반드시 결말을 지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징계위는 윤 총장 본인도, 그리고 특별변호인도 없는 가운데 중징계 의결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검사징계에 관련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윤 총장 측은 정한중 위원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 두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으나 기각 당했다. 또 법률에 정한 바대로 징계위원 7명을 채워 달라, 예비위원을 충원해 달라, 등등을 주장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이미 중징계 결론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될까. 우선 윤석열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 정지 조치가 뒤집힌 뒤 직무 복귀 보름 만에 또 다시 직무 정지 조치를 당한 셈인데, 이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법률적 쟁송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징계위의 정직 조치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둘째는 정직 조치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본안 소송이다. 그러나 이번 징계위 의결은 대통령의 재가까지 얻게 될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번 추미애 장관이 내렸던 직무 정지 명령과는 차원이 다르다. 법원이 윤 총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결과를 뒤집기에는 그만큼 부담이 크다고 봐야 한다. 다만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로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법원은 이번 정직 조치에 대한 효력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윤 총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단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무장관이 징계 청구권자이면서 동시에 징계위원장도 될 수 있는 현행 검사징계법, 비유하자면 법무장관이 징계위원회라는 재판에서 검사도 되고 판사도 될 수 있게 한 이 법률이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아직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뒤늦게라도 헌재의 위헌 판단이 나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꼬이게 된다.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의 직무 정지 재가를 임명권자의 분명한 의사 표시로 간주해서 이번에야말로 사표를 던질 수도 있다. 직무 정지 효력이 끝나는 내년 2월 중순에 윤 총장이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표를 던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행동을 준비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15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면서도 잘못에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 없는 성역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입장 표명을 한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모종의 법률적 구제 조치를 취하는 2단계 행동에 대응해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특검 수사, 그리고 공수처 수사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차원의 징계위 결정과는 상관없이 ‘검찰의 라임 사건 봐주기’라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군불을 떼는 모습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과 갈등 속에 야권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 총장의 향후 거취까지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 민주당은 연일 라임 사태 관련 수사 중 전·현직 검사의 ‘술자리 접대’ 그리고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관련 의혹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 총장 징계’라는 정치 파동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직 2개월이라는 조치로 윤석열 총장은 절대 꺼진 불이 될 수 없으며, 앞으로도 항상 국민적 관심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고 본 것이다.
윤 총장 변호인들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최종 의견 진술을 하려고 했지만 (징계위에서 받아주지 않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할 수 없었다”며 “무고하다고, 누명을 벗겨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절차가 종결되는 것을 보니까 노력과 상관없이 법무부에서는 이미 (결과를) 정해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윤 총장은 특별변호인들로부터 징계위 상황을 보고 받은 뒤 특별한 반응 없이 “알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윤 총장의 짧은 답변, ‘알겠다’, 이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본다.
앞으로 2000여명 검사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번 추 장관의 직무 정지 명령 때는 위아래 할 것 없이 전 검사가 ‘검찰동일체’라는 말을 입증하듯 들고 일어났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의 여론 향방도 매우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서는 문재인 정권이 돌아오지 못할 다리는 건넌 사태를 빚을지도 모른다. 윤석열을 때려잡으려다 정권이 몰락하는 터널에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부마항쟁이 불현 듯 떠오른다’는 독자도 있었다. 윤석열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는 누가 누구의 무덤을 판 것일까.
2차 징계위원회 회의가 시작된 12월15일은 음력으로 11월1일이다. 이날은 윤석열 총장이 음력 생일로 환갑을 맞이한 날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중징계를 당한 검찰총장이라는 최악의 날이면서 동시에 새롭게 국민의 총장으로 태어나는 날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