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당시 친노동과 친서민, 공정성, 투명성 등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핵심 가치에 반하는 언행을 거듭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열린 SH 간부회의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와 관련해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라고 했다.
변 후보자는 비슷한 시기 또 다른 회의에서 SH가 추진하던 셰어하우스에 대한 논의에서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고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셰어하우스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이 주로 집 안에서 식사를 할 것으로 판단돼 공유식당 같은 시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지만, 거주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변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변창흠, 동문 5명 SH고위직 채용… 親與업체 밀어주려 비밀협약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낙하산’ 채용 시비 논란과 친여(親與) 업체와의 비공개 업무 협약 체결 등으로도 현 정권이 강조하던 공정성과 투명성에 반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학교 동문을 포함한 외부 인사를 1급 고위직으로 대거 채용한 것은 반(反)공정 사례로 지적된다. 고위직으로 채용한 외부 인사 9명 가운데 적어도 5명이 변 후보자의 출신 학교 동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변 후보자 취임 이전에는 외부 인사를 고위직으로 채용한 전례가 없어 당시 SH 내부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빚어졌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채용된 1급 이상 고위직 9명 가운데 4명이 변 후보자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이었다. 나머지 1명은 변 후보자와 같은 학과를 졸업한 ‘대학 동문’이었다. 그 밖에 채용된 나머지 외부 인사들도 변 사장과 같은 연구원에서 일하는 등 이력이 겹쳤다. 이종배 의원은 “오죽하면 내부에서 ‘변창흠이 취임한 뒤 환경대학원 마피아가 공기업을 접수했다’는 말까지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2015년 2월 기획경영본부장 공모 과정에서 SH 내부에서는 “사장 측이 내정한 인사가 뽑히게끔 임원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 후보자 지시를 받은 공사 간부가 추천위원에게 연락해 특정 인사를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는 의혹이다. SH 노조 측도 변 후보자에게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달 뒤 기획경영본부장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 외부 인사 A씨가 채용됐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채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변 후보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모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선 ‘실적이 우수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을 걸고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지원원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3월 SH는 단기 계약직으로 마케팅 전문가 7명을 채용했으나, 추후 한 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주지 않았다. 변 후보자는 2015년 3월 서울시의회 회의에서 “모든 사람을 채용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교수로 있는 세종대 제자를 채용했다. 해당 직원 중 두 명은 소송했고, SH는 2017년 2월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했다.
변 후보자가 SH 관리 부지에 대한 기초자치단체의 건축 요구에 환경 단체를 이용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도록 지시한 적도 있다. 2016년 6월 30일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SH가 관리하는 녹지에 체육 시설을 짓도록 해달라는 서초구청 요구를 듣고 “환경 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며 무마하자는 취지로 말했다. 비슷한 시기 변 후보자는 직원들 근무시간에 대해 “주5일 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며 “솔직히 토·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특정 친여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도 숨기는 ‘불투명 거래’를 했던 정황도 포착됐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SH 사장 재직 시절에 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허인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태양광 업체 ‘녹색드림’하고만 ‘비공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허씨는 친여 운동권 출신 태양광 사업가로 지난 8월 구속됐다.
SH는 2015년 11월 ‘녹색드림’과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활성화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녹색드림’의 당시 태양광 보급 실적은 0건이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다른 태양광 보급 업체 K사와 맺은 협약은 언론에 공개했다. ‘녹색드림’은 SH와 업무 협약을 맺고 2015년 SH에 태양광 미니발전소 25건을 기부한 실적을 발판으로 이듬해 서울시 전체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업체 자격을 따냈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서울에 소재하며 설치 실적이 있는 협동조합’을 태양광 사업 협동조합 선정 요건으로 내걸었는데, SH와의 협약이 도움을 준 것이다. ‘녹색드림’은 태양광 미니발전소 1기를 보급할 때마다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받았다. ‘녹색드림’은 2016년 456건, 2017년 4399건의 미니발전소를 보급했고, 각각 1억6500만원과 19억32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변 후보자 측은 이날 자신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