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춘천을 찾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계란을 던졌던 단체가 1년 전엔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행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사람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재명 조직이 대선을 위해 이 전 대표의 이미지 타격을 노렸다”는 음모론도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경기도청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민생탐방지로 찾은 강원도 춘천 중앙시장에서 중도유적지킴이본부 회원이 던진 계란을 맞고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 전 대표는 민생 탐방을 위해 지난 5일 강원도 춘천을 찾아 시장을 둘러보던 중 ‘계란 테러’를 당했다. 레고랜드 개발 사업에 반대해 중도 선사유적지 문화재 보존을 요구해온 ‘중도유적지킴이본부’ 회원들의 소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에 계란이 직접 날아들 정도로 위험 천만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이 전 대표는 “문화재를 지키려는 열정과 탄식을 이해한다. 그분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경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단체가 지난해 2월엔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지사의 문화재 보존정책을 환영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 지사측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청이 경기도 문화재 보존과 전승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우리들은 이를 적극 환영한다”며 “경기도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중도유적지킴이본부 등 8개 시민단체가 경기도청 앞에서 이재명 지사의 문화재 보존 정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선일보DB

특히 이 지사에 대해서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라고 표현하며 “중도유적 보존에 꼭 함께하여 주시리라는 국민의 바램을 전해드리고자 한다”고 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가 경기도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때문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친문(親文)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조직이 움직였다” “이재명 지지하는 심정은 알겠는데 계란 투적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 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도유적보존협회 관계자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이 지사 관련 영상을 올린 것도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해외동포 모임인 ‘인연지기’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중도유적보존협회라는 집단은 이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며 “대표를 테러한 것은 문화유적 보존이라는 허울 아래, 이 지사의 대선가도를 위해 다른 유력 정치인을 모욕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당무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논란이 일자 경기도청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중도유적지킴본부는 경기도와 무관하다”며 “경기도는 해당 단체에 어떠한 예산도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여권의 1·2위 주자인 두 사람 진영이 본격적인 장외전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람은 최근 신(新)복지제도와 기본소득제, 기본대출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를 연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9일 당 대표 직을 마무리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같은 뜻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 민주당은 ‘원팀’일 때 가장 빛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