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했다. 김 실장이 자신이 주도했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이틀 전인 작년 7월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8억5000만원에서 14.1%(1억2000만원) 올린 9억7000만원으로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전세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도록 했다.
김 실장은 임대차법 부작용으로 전세난이 일어나자 작년 말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또 계속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랬던 김 실장이 법 시행 직전 발 빠르게 전세금을 올려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민심은 “재벌 저격수라더니 세입자 저격수” “내로남불과 위선의 끝판왕”이라며 폭발했다. 김 실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전세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예금 14억7300만원을 보유하는 등 자금 여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담동 아파트 전세 만료일을 한 달 앞두고 재계약을 갱신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러 돈을 더 받으려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실장 후임 정책실장에 이호승 전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저녁 김 실장의 ‘내로남불’ 논란이 터지자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부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반포 똘똘한 한 채’, 다주택 처분을 거부하고 그만둔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직보다 집’, 김의겸 전 대변인의 흑석동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작년 12월 김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 문 대통령이 코로나 재난지원금 등을 이유로 경질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책 실패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뿐 아니라 LH 사태까지 터졌는데 책임을 지는 참모가 한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김 실장에게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며 “자신을 ‘재벌 저격수’라고 하더니 ‘세입자 저격수’였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 경질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LH 사태를 언급하면서 “부동산 부패의 구조적·근본적 해결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을 재차 강조했지만, 김 실장 문제를 사과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