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오전 투표를 했습니다. 투표소 입구에 공고문이 불어 있었습니다. ‘후보자 정보공개자료의 내용에 관한 공고’. 오세훈 후보가 배우자가 최근 5년 납세액이 1억1천997만9천원인데, 선관위에 신고한 액수는 1억1천967만7천원이다. 30만원 정도를 당초 신고한 것보다 더 냈다는 겁니다.
언뜻봐선 오 후보가 세금을 누락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공고문이었습니다. 선관위는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무슨 얘기인지 알아봤더니 이런 겁니다. 오 후보 아내가 소유한 토지에 부과된 세금 30만원2000원을 체납했다고 합니다. 구청이 오후보 아내 이름을 옮겨적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켰고 이 세금이 통지가 안됐다는 겁니다. 통지가 안 된 것을 발견한 오후보 측은 즉시 세금 30만2000원을 냅니다. 그래서 선관위 신고 세금 액수와 실제 납세액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이걸 민주당측이 일찌감치 발견한 모양입니다. 민주당 이병우 서울시 중랑구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달 31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오 후보 선거공보 후보자정보공개 자료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이 사안은 이렇게 마무리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 후보의 등록 무효를 주장합니다. 행정관청의 실수로 벌어진 일인데, 이게 사퇴까지 거론할 일인가요.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 분 페북이 사실이라면 오세훈 후보의 매우 심각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랍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지역의 모든 투표소에 ‘친절하게’ 공고문을 부착합니다.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습니까.
배준영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과 선관위가 마치 2인 3각 경기를 하듯 한 몸이 되어 뛰고 있다” 이렇게 논평했습니다. “선관위가 앞장서서 오 후보 망신주기에 나선 것이며, 사실상의 오 후보 낙선 운동을 하는 셈이다. 선관위가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모든 직원의 소송 대비 보험을 들어둔 이유가 점점 또렷해진다. 우리나라 공권력의 수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위에 수렴해 가는 듯하다” 우리나라 코로나 백신 접종 순위는 100위권 밖입니다.
선관위의 친절한 공고문 기사에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역대 선관위에선 못보던 적극적인 활약입니다.” “오늘 저녁되면 주차위반 딱지, 속도위반 딱지로 오세훈 후보 사퇴하라하겠군” “선관위의 낙선 운동이 오히려 오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관위가 개그콘서트가 종료된 것이 무척 아쉬웠던 모양이다. 저들끼리 개그콘서트를 한다”
이번 보궐선거 앞두고 선관위가 어떤 일을 했는지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차 재난지원금은 가급적 3월 중에 집행되도록 속도 내달라”고 지시한 것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장관 등을 대동하고 부산 가덕도를 찾아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던 것 ‘정상적 대통령 직무 수행’이랍니다. 정권의 선거운동에 면죄부만 주는 선관위는 여당이 손해 볼 일에는 득달같이 나섭니다. ‘보궐선거 왜 하죠?’ ‘보궐선거 선거비용 국민혈세 824억원 누가 보상하나’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제지했습니다. 심지어 보궐선거 현수막에 특정정당을 떠올리기 때문에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된답니다. 선관위 직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낸 시민의 직장을 주말에 불쑥 찾아가 “조사 받으라”고 했습니다. 선관위는 친절한데다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공무원들입니다.
선관위원장은 좌파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입니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입니다. 선관위원 9명중 7명이 친여성향입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이런 정도로 특정 정파에 치우친 적이 없었습니다. 이들이 이번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대선 심판 노릇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