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6일 “사이비 진보가 헌법 가치를 독점하는 척하고 있는데,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가치 경쟁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방송인 김제동이 쓴 헌법 에세이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을 하고 싶어요'를 들고나와 이같이 밝힌 뒤 “헌법 가치에 대해 자유만 편식하지 말고 나머지 가치도 추구·실현하는 정치세력이 돼야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김제동씨 같은 분이 국민에게 헌법 강의를 하고 있는데 헌법 안에는 자유 말고도 정의와 공정, 평등, 인권과 법치 등의 가치들이 있다”며 “우리 당의 전반적 가치관이 너무 자유에만 편중돼 있다. 낡은 보수 시절 가치만 편식하는 걸 제발 그만두자”고 했다. 이어 “환경·인권·생명·안전은 진보의 가치니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이 지키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헌법 가치를 독점하도록 놔두면 대한민국 국민이 불행해진다”고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당내 개혁 과제에 대해 “제일 중요한 게 국민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유능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코로나가 안 끝난다면 코로나를 끝내는 해방, 또 과거 보수가 늘 경제와 안보에서 유능했다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찾는 것, 저성장·저출산·양극화 삼중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무능·부패·위선·거짓에 절망하면서도 바꿔봐야 뭐하냐고 말하는 분들에겐 (우리 당이) 무능하다는 이미지가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아마 (이런 문제에 대해) 지표가 나쁘게 나왔고 거의 포기한 정부가 아니냐고 국민은 인식한다. 이 시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낸 과거 정부가 사실 없는 만큼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국민이 제일 많이 관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고, 고통을 받는다”며 “가짜 일자리로 5년을 지낸 만큼 진짜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욕구와 소망이 커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당내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 논쟁에 대해 “낡은 보수는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의 장기집권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건전한 보수와 중도로 우리 당의 정치적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며 “수도권 젊은층과 중도층 표심을 못 잡으면 앞으로 전국 선거에서 절대 못 이긴다. 4050대도 새로운 가치와 정책 노선으로 나아가면 그분들 마음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영남당’ 논란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며 “약자·서민·빈곤층·노동자에 대한 공감·배려가 부족했다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청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제안한 ‘대학 안 가는 대신 세계여행비 1000만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거론한 ‘징집병 제대 시 사회 출발자금 3000만원' 정책과 관련해 “자기들끼리 퍼주기 경쟁을 한다”며 “악성 포퓰리즘과 전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약속했는데 이것부터 완전히 포퓰리즘”이라며 “우리는 경제 성장을 시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복지 원칙을 충분히 만들어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는 철학과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낡은 보수의 무능을 떨쳐내고, ‘자유’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확장해나가는 정당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이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2016년 전대의 퇴보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야 한다”고 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참패한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 주류였던 이정현 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됐고 최고위원직에도 친박계가 대거 입성했다.

그는 “이번에도 ‘도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대선 승리에는 너무나 큰 장애물”이라며 “유능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현장 많이 가고 개혁적이고 낡은 것·필요 없는 것 다 없애고 새 가치로 재무장하면 우리에게 대선승리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